[인터뷰] 박경분 자코모 대표 "소파 업계 1위…비결은 '고객'과 '품질'에 있죠"

2022-02-18 11:52
'품질'ㆍ'가성비' 모두 갖춘 친환경 소파로 소비자 공략
IMF 경영위기 속에도 '품질 경영' 통해 위기 돌파
발빠른 온라인 유통망 확보로 매출 급증...연평균 130% 성장

박경분 자코모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고객의 요구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뭐든 맞춥니다. 최고급 자재를 활용해 최상의 퀄리티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쟁쟁한 대기업들을 제치고 소파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코모 박경분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소파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타 회사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원자재로 사용했고, 누구보다 바르고 정직하게 소파를 판매하다 보니 고객이 먼저 알아보고, 찾아주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코모는 1986년 재경가구로 출발해 올해 창립 37년을 맞은 국내 전통 소파 브랜드다. 자코모는 철저한 품질 제일주의 아래 소파의 골격인 목재부터 가죽까지 전부 최고급 프리미엄 원재료를 활용한다. 대중들에겐 배우 ‘이서진’의 광고와 드라마 ‘펜트하우스’ 제작 지원 등으로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그전부터 업계 안팎에선 ‘소파 품질은 자코모’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특히 최고급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갓성비(God+가성비)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인기는 곧 매출로 연결됐다. 자코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30% 수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1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연매출 2000억원 달성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자코모의 성공에는 박 대표의 철저한 품질경영과 고객중심 경영 체제가 큰 몫을 했다. 그는 “제품 품질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회사보다 더 좋은 원자재를 사용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해외까지 직접 발로 뛰고 움직였다”며 “고품질과 가성비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대리점도 따로 두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만을 고집해 타사 최고급 소파 브랜드 대비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30% 이상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에 위치한 자코모 본사에 진열된 자코모 소파 가죽 원단. [사진=유대길 기자]

실제 박 대표는 소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200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고급 천연가죽에 관해 연구하고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소파를 잘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가죽과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탈리아로 넘어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현지 소파기업 아빌라와 업무협약을 맺고 소재와 디자인 연구에 집중했다”며 “그 과정에서 좋은 품질의 소파 내장재와 접착제 등을 활용하는 법을 깨닫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지금의 자코모가 있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창업 초기, IMF(국제통화기금) 역풍을 맞으며 주요 거래처들이 줄줄이 끊겨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위기 돌파를 위해 남아 있는 자금을 모아 중국으로 넘어가 재도약을 꿈꿨지만, 그마저도 좌절돼 2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고, 그렇게 2005년 자코모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 차례 위기 이후 자코모는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를 통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직영점을 통해서만 판매되는 자코모 제품을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자 전국의 소비자들이 호응해주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시장 진출에는 박유신 자코모 사장의 도움이 컸다. 박 사장은 박 대표의 아들이자 현재 자코모 사장으로 온라인 마케팅은 물론, 자코모 사업 전반에 대해 컨트롤하며 가업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온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박 대표를 설득해 자코모가 온라인 시장에서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다.

박 대표는 “아들이 입대 전 잠시 회사 일을 도우면서 온라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시 나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 온라인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래서 무작정 큰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아들이 직접 본인이 모은 돈을 온라인 마케팅 투자에 쏟아부으며 조금씩 성과를 내갔다”고 설명했다.

외형성장을 이룬 후에도 고객 중심과 품질 제일주의라는 박 대표의 경영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빠르게 변하는 고객 요구에 발맞춰 소파 가죽 컬러는 물론, 인조피혁과 천연가죽을 더한 가성비 소파를 선보였다. 특히 가죽의 경우, 최고급 미국 원피를 들여와 국내에서 직접 가공해 타사가 따라 할 수 없는 자코모만의 가죽으로 재탄생시켰다.
 

박경분 자코모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박 대표는 “한번은 부산에 사는 고객이 소파 박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맞교환을 요청해왔다. 100%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선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고객이 요청했기에 남양주에서 부산까지 맞교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고객이 박음질 등의 사유로 8번 가까운 맞교환을 요청했고, 그때마다 두말 없이 맞교환을 해줬다. 결국 고객은 자코모의 충성고객이 됐다. 배송비만 왕복 20만원이 들어 맞교환 과정에서만 소파 가격보다 더 큰 돈을 써야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제품을 최고로 잘 만들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피드백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자코모는 주 5일 근무의 개념이 생소하던 1988년, 선도적으로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또 입사 이후 한부모가정이 돼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직원을 위해 해당 직원의 자녀 학자금을 100% 지원하고 있다. 출산한 여성 직원의 병원을 찾아 병원비를 내주고 미역국을 사다 주는 것은 이미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그는 “우리 회사에는 특히 부부가 같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토요일에 쉬면서 자녀들 교육과 외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니 오히려 생산성과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졌다”면서 “특히 여성 직원의 경우,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관련해 많이 지원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도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자코모는 돈을 버는 기업이기 전에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터전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회공헌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20대 시절, 회사에서 보내준다는 야학을 마다하고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교육 봉사에 나설 정도였다. 그는 “지금의 자코모가 있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이들에게 보은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코모 소파 아카데미’는 박 대표의 이러한 의지가 담긴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해당 아카데미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6개월간 자코모의 소파 제조 기술을 전달하고, 수료 후 본인이 원할 경우 자코모에 취업해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최저임금도 지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서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여성기업 발전에 모범이 되는 유공자로 선정되며 산업훈장 중 최고 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아카데미를 수료한 학생들이 꼭 우리 회사에 취업하지 않아도 사회에 나가 여기서 배운 기술력을 활용해 자기 삶에 목표의식을 갖고 생산적인 삶을 살면 그게 가장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다. 난민 교육 지원 활동 역시 힘이 닿는다면 여러 국가로 지원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자코모는 이제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확한 진출 시점은 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일본과 중국 두 나라에서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다. 사회공헌활동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자코모 소파 아카데미 활동을 올해도 지속해서 이어가는 것은 물론, 미얀마 등 낙후지역에 교육 시설 지원 활동도 앞장설 예정이다.

박 대표는 “시대가 바뀌어도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코모를 100년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새로운 기능과 소재 연구에 인력과 자금을 총동원해 소파업계 1위 자리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