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니오·징둥팡의 큰손 투자자 '벤처투자사 허페이시'

2022-02-16 06:00
"반도체·전기차기업…" 하이테크 전방위 투자
1년새 5.5배 투자수익률…"월가 공룡도 안 부럽네"
"소유와 경영은 따로" 경영 간섭 최소화가 비결

#. 2020년 초 자금난에 봉착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중국 신생 전기차 기업 니오를 거들떠보는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다. 리빈 니오 창업주가 베이징, 저장성 등 지방정부는 물론 베이징자동차, 광저우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대형 자동차 공룡과도 접촉했지만 좀처럼 투자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때 니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안후이성 허페이시 지방정부다. 허페이시 정부는 그해 4월 니오에 70억 위안(약 1조3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4.1%를 확보했다. 허페이시 지원사격으로 니오는 경영난을 빠르게 극복하고 미국 테슬라도 위협할 만한 중국 전기차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가 '중국 최고의 벤처투자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다고 중국 시나재경, 블룸버그 등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 사모펀드 투자 황제로 불리는 단빈도 SNS에 "허페이가 중국의 최대 벤처 캐피털 기관"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니오차 위탁 생산공장. [사진=웨이보] 

"반도체·전기차…" 하이테크 전방위 투자
 

안후이성 허페이시 [자료=두피디아]

사실 중국 창장 하류 내륙에 위치한 안후이성은 산업 인프라가 취약해 상하이·저장·장쑤 등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한참 낙후했다. 하지만 성도 허페이시 정부의 적극적인 하이테크 산업 투자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허페이 지역 GDP는 2011년 3600억 위안에서 10년 후인 2020년 1조 위안을 돌파했다. 10년새 3배 가까이 GDP가 불어난 것.

중국 언론에서는 허페이시의 하이테크 기업 투자를 놓고 ‘허페이 모델’이라고 부른다. 허페이시 정부는 이미 십여곳 하이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미국과 기술 전쟁을 벌이는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기술분야다. 

앞서 언급한 전기차 기업 니오 이외에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징둥팡(BOE)과 웨이신눠(维信诺·비전옥스), 반도체기업 창신메모리, 허페이징허, 바이오제약사 하이썬생물 등이 허페이시가 투자한 대표 기업들이다. 허페이시 3대 국유투자 플랫폼 중 하나인 허페이산업투자집단은 "그룹의 90% 이상 자금을 전략적 신흥산업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페이가 벤처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2007년이다. 당시 허페이시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디스플레이 업체 징둥팡에 175억 위안이라는 거금을 선뜻 투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징둥팡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다. 

허페이시 정부는 징둥팡의 액정표시장치(LCD) 신규 생산라인의 유치를 위해 자본금 90억 위안과 85억 위안의 은행 대출 지원을 약속했다. 2007년 허페이시 연간 재정수입이 215억 위안, 세수가 90억 위안에 불과하던 때다. 그 당시 ‘중국 부자동네’ 광둥성 선전시가 징둥팡에 제안한 100억 위안의 투자금도 훨씬 웃도는 액수다. 블룸버그는 징둥팡에 투자하기 위해 당시 허페이시가 지하철 건설계획도 취소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허페이시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징둥팡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며 2011년 징둥팡 지분의 18%까지 확보했다. 징둥팡은 본사는 베이징에 있지만, 허페이시에 잇달이 신규 LCD 생산라인을 지었다. 이로써 허페이는 6세대, 8.5세대, 10.5세대 3개 LCD 생산라인을 모두 보유한 디스플레이 도시로 우뚝 섰다. 

징둥팡은 허페이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징둥팡을 중심으로 연간 1000억 위안 생산 규모의 디스플레이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됐다. 오늘날 징둥팡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떠올랐다. 
 

중국 허페이시 징둥팡 디스플레이 공장 [사진=웨이보] 

1년새 5.5배 투자수익률…“월가 공룡도 안 부럽네”
징둥팡 투자를 계기로 허페이시 정부의 잇단 하이테크 기업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니오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허페이시의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평가받는다. 

허페이시 지원사격 덕분에 경영난을 타개한 니오는 이후 주가가 오르고 판매량도 급등했다. 2021년 초 흑자 전환에 성공해 그해 말까지 9만대 이상의 전기차 누적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니오의 주가 급등세를 활용해 허페이시는 1년 이내 니오에 대한 주식 투자를 모두 현금화해 떼돈을 벌었다. 블룸버그는 허페이시가 니오 투자로 5.5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는 마치 미국 뉴욕 월가 사모투자자와 다를 바 없다고 표현했다.

위아이화 허페이시 당서기가 지난해 6월 TV에 출연해 니오 창업자 리빈을 포함한 기업가들 앞에서 "니오 투자 덕분에 돈을 닥치는 대로 벌어들였다"며 "정부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인민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허페이시가 사들인 기업 지분을 기업 통제 수단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았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중국 지방정부가 민간기업 지분을 투자해 기업을 통제한다는 세간의 편견을 깨뜨린 것이다.
 
“소유와 경영은 따로” 경영 간섭 최소화가 비결
최근 중국 경기 둔화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기조 속에서 허페이시처럼 재정이 풍부한 지방정부는 곤경에 처한 민간기업을 구제하는 ‘백기사’로 부상했다. 

허페이시와 함께 광둥성 선전시가 그 대표적 예로 꼽힌다. 선전시 정부는 중국 부동산그룹 헝다, 한때 화웨이 산하 스마트폰 브랜드였던 아너, 경영난에 처한 전자상거래 기업 쑤닝이거우, 중국 최대 파운드리 중신궈지(SMIC)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선전시가 막대한 자금력과 전문 투자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기업 사냥에 나서며 ‘중국판 테마섹’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허페이시와 선전시의 공통점은 소유와 경영을 따로 분리해 지분 투자는 하되 기업 경영에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성공적인 국유자본 투자의 핵심은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지방정부로 대표되는 중국 국유자본의 민간기업 투자 모델이 중국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수치화한 연구도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대, 중국 칭화대, 홍콩중문대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 국유투자자 1곳당 평균 16개 민간기업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8개에서 2배로 증가한 수치다. 

셰창타이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이번 연구 조사에서 “중국 기업들이 100% 국유기업도, 100% 민영기업도 아닌 모호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최근 중국 기업구조의 대다수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성장에 상당 부분 일조했다”고 전했다.

물론 지방정부 투자의 실패 사례도 있다. 멕 리스마이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에서 "정부가 지분을 통해 기업 비즈니스 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 행사하고, 결국 이는 낭비적인 투자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후베이성 우한시가 대표적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전략 속 2017년 2억 위안의 거금을 투자해 우한 훙신반도체 지분을 인수해 600억 위안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훙신반도체는 결국 지난해 반도체 칩 하나 제조하지 못하고 파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