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칵테일 리스크] 곳곳이 악재…원화값 1200원 고착화될라

2022-02-09 06: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는 1200원 안팎에서 거래되면서 원화가 연일 약세다. 특히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한 외환보유액이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과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때마다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만큼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한다.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190원대~1200원 사이에서 힘겨루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적자 전환 충격으로 약세 흐름이 가팔라졌다.

원화 약세 흐름은 자칫 실물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원재료 수입가격이 오르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 1200원 선은 우리 경제에 '위기 징후선'으로 작동해 왔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약 15년간 외환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이상 1200원을 넘긴 시기는 총 다섯 번이다.

가장 크게 요동친 시기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2009년 2월 1570원까지 올랐다. 이후 △2010년 5월 유럽 재정위기 △2016년 1월 북한 핵실험 이슈 △2019년 8월 미·중 무역전쟁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등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때마다 1200원 위로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요동치는 환율을 방어해 줄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나라 곳간마저 빠르게 부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1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4615억3000만 달러로 석 달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은 뒤 석 달 만에 76억8000만 달러 줄었다.

에너지값 급등 여파로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48억9000만 달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 환산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게 주원인이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 지불해야 할 달러 액수가 늘면서 주거래은행들이 한은에 맡겼던 외화예수금을 꺼내 쓰고 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과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계산한다. 이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은 3639억4000만~5459억1000만 달러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적정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조기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등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첫 금리 인상을 시사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환율도 1분기까지는 1190~1200원대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기대어 국채 금리가 우상향한다면 달러 역시 강세 압력이 1분기 중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무역수지 2개월째 적자 기록, 국내 외환보유액 3개월 연속 감소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교역조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국 FOMC 정례회의 이후 1200원을 돌파한 만큼 당분간 연준의 긴축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율이 1200원 근방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