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빠듯한 살림에도 10조원 '보너스 파티'

2022-02-07 16:16
자사주 보유 12만 임직원에게 배당
매출 부진으로 어려운 가운데 나온 움직임
미국 제재에도 건재하다는 자신감

화웨이 [사진=바이두 갈무리]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올해도 임직원들에게 10조원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7일 중국 증권매체 증권시보 등은 화웨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지난달 회의를 열고 주당 1.58위안의 배당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1.86위안)보다는 15% 줄어든 수치다.

비상장사인 화웨이는 직원조합의 관리하에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을 포함한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는 독특한 지배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연초 이뤄지는 화웨이의 주주 배당은 임직원들에게 사실상 성과 보너스의 성격을 띤다.

2021년 화웨이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말 화웨이 주식을 보유한 직원 수는 총 12만명 이상이다. 화웨이의 지분은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이 0.9%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인 99.1%는 12만명가량의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화웨이 주식 발행량이 347억주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임직원들에게 돌아갈 배당액은 총 549억 위안(약 10조원)이 넘는다고 증권시보가 전했다. 단순 계산 시 한 사람당 약 8000만원의 배당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런 회장은 이번 배당만으로 최소 900억원가량의 배당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화웨이가 지난해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화웨이가 어려운 와중에 배당금을 지급하려고 하는 이유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제스처라고 증권시보는 짚었다. 

실제 화웨이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앞서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신년사에서 경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액이 2020년보다 28.9% 급감한 6340억 위안에 그쳤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제재와 반도체 공급 부족, 세계적인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 원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웨이는 정초부터 조직·인사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화웨이는 딩윈 상무이사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그룹(BG)과 캐리어BG 총재직을 겸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딩윈이 화웨이의 핵심부서 2곳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화웨이는 캐리어BG, 엔터프라이즈BG, 컨수머BG, 클라우드&인공지능(AI)BG 부문으로 나눠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두 가지 대형 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수장이 한 사람이란 점은 사업 부문 간 협동을 강화하겠단 전략으로 해석됐다. 또 일각에선 화웨이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화웨이의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