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아이·디어·유] 4龍 ⑨대선토론…더·더·더
2022-02-04 10:34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따로 또 같이
더 길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양자토론, 디지털화, 유튜브 등 합의하라
더 길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양자토론, 디지털화, 유튜브 등 합의하라
▶소문난 잔치엔 별 게 없다
3일 오후 8~10시, 많은 이들이 드디어 2022년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를 봤다.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4인, 이재명(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후보가 참석한 1차 토론회 시청률은 엄청났다. 첫 TV 토론 효과,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4일 시청률 집계 전문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 시청률은 KBS 19.5%, MBC 11.1%, SBS 8.4%로, 전국 가구 기준 총 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시청률이 높아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차린 게 없어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았다. 웃음과 볼거리, 재미와 감동도 주지 못했다.
▶4인이 만든 봉숭아학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청문회, 기자회견 등에서 수도 없이 얘기했다”며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이 후보가 ‘수도 없이 많이 한 얘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다시 듣고 싶었지만 이 후보는 그 바람을 뭉갰다. 말투와 태도로 이뤄지는 전반적인 이미지,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차분했지만 여전히 벌벌 떨었다. 윤석열·이재명 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을 거라 예상했으나 아직은 창칼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지지율 10% 안팎 3위 후보로서 갖는 첫 TV토론에서 너무 몸을 사리지 않았나 싶다. 더 세게 나가, ‘뽑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중도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어야 하지 않을까. 2017년 대선에서 “내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탑니까”라고 버럭, 스스로 표를 대거 깎아 먹었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심상정 후보는 벌써 세 번째 대선TV토론, 가장 경험 많은 후보로서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심 후보를 보면서 이번 토론회가 흡사 과거 큰 인기를 모았던 개그프로그램 ‘봉숭아학당’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 후보는 봉숭아학당에서 가장 차분했던 선생님 역할, 코미디언 김미화씨를 떠올리게 했다. 버릇없거나 무지하거나 소심한 학생들을 잘 인도하려고 하지만 결국 학생들이 주인공인 그 봉숭아학당 말이다.
지상파 방송3사 합동 초청 토론회는 오는 21일과 25일 두 차례 더 열린다. 또 선거를 일주일 남겨둔 3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토론도 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앞으로 3회 더 예정된 대선TV토론회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규정대로 이뤄진다. 이 규정 외에 세세한 사항은 방송사와 후보 측이 합의하면 가능하다. 1회와 다르게 앞으로 바꾸면 시청자, 유권자들에게 좋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자리 배치다. 네 후보는 모두 사회자와 카메라를 향해 서 있다. 토론자가 서로 마주볼 수 없는 자리배치는 전혀 토론스럽지 못하다. 사회자를 포함해 토론자들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어떨까. MBC ‘100분토론’의 자리 배치를 참고하면 좋겠다.
또 진행의 묘를 발휘해 사실상의 일대일 토론을 가능케 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양자토론 시간을 넉넉히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2시간인 전체 토론시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양자, PT 등 더 다양한 토론 합의하라
대선후보 토론은 후보들끼리 합의하면 다양한 방식과 포맷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설연휴 양자토론은 공중파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불허한 것이지, 후보 간 합의만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CBS 주최 양자토론을 하지 않았나. 후보들이 합의만 하면 누구든 토론회를 주최할 수 있다.
아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규정도 꼭 지킬 필요가 없다.
제9조(참고자료의 사용)
①토론자는 토론회에 A3 용지 규격 이내의 서류·도표·그림·그 밖의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개정 2017.1.23., 2018.1.12.>
②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토론위원회가 토론회 진행에 필요하다고 결정하여 전자기기를 제공한 경우 토론자는 이를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19.12.24>
③제2항에 따라 제공하는 전자기기의 종류, 사용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토론위원회가 정한다. <신설 2019.12.24.>
후보가 합의하면 지상파 같은 '공공재'가 아닌 채널에서 다양한 포맷의 토론이 가능하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규정에서 벗어나도 별 문제될 게 없다.
이 경우 다른 무엇보다 디지털화된 대선 후보 토론을 보고 싶다. 후보들이 마음껏 자료를 지참하게 하고,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디지털 디바이스도 필요한 만큼 가져오게 하는 거다. 후보들에게 대국민브리핑,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PT)을 시켜볼 필요가 있다. PT도 능력이다.
주최하는 기관도 다양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 등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연합해 4자 토론 혹은 이재명-윤석열 후보 양자토론을 주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프로TV는 지난해 말 후보 개인별 초청 대담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아날로그적' 토론회는 충분히 가치가 있고, 최대한 지금처럼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게 옳다. 여기에 추가해 더 긴, 더 다양한 방식의 대선토론이 필요하다. 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