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결국 금리 인상할까…유로존 인플레이션 신고점 찍어
2022-02-03 18:43
유로존 1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를 잡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ECB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2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에 힘입어 유로존의 1월 물가가 지난해 대비 5.1% 상승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CNBC·블룸버그·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ECB가 예정보다 일찍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물가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ECB의 단독 행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국과 유럽이 마주한 상황은 다르다며 올해 중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ECB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022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올해 들어서도 총재는 이 같은 의견을 대체로 유지했다. 지난달 20일 그는 프랑스 인터라디오에 "미국의 경제 회복 사이클은 유럽보다 앞선 상태"라며 "연준이 시행할 것으로 여겨지는 조치만큼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표와 데이터를 통해 필요성이 나타난다면 통화정책 조치를 통해 (상황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ECB가 단기간에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전환하기도 어렵겠지만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 조사에 참가한 경제학자들은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ECB 전망에 동의하며 첫 금리 인상은 2023년 9월이 되어서야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단기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진 가운데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한 -0.25%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ECB가 물가 상승률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할 경우, 시장은 현재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 시장 금리에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다면 실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유동성이 줄어 긴축 정책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ECB는 적어도 오는 3월 10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새로운 지표를 확인한 후 행동에 나설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그네스 벨리아시 베어링투자서비스 수석 유럽 전략가는 "무엇을 하든 ECB는 느리게 행동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요르그 크레이머 코메르츠방크 경제학자는 "올해 1분기 물가 상승률이 4.1%에 그칠 것이라는 ECB 전망치는 도박"이라며 "ECB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프레데릭 두코르제 픽텟자산운용 전략가 역시 "올해 1분기 인플레이션은 ECB 전망치를 1%포인트 이상 상회할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또한 "ECB는 내년 3월과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