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소법 한 달..."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플리바게닝 불가피"

2022-02-04 00:00
법조계 "검찰 수사 동력 약화" 입 모아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중앙지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에 담긴 내용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취지로 시행됐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진술 의존도가 높은 사건 수사 등은 어려워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플리바게닝'(Plea Bargain)의 등장이 불가피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중인 한 변호사는 "검찰이 피신조서를 작성하지 못하니,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간단히 메모를 작성해 내부 참고용으로 남겨 두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피의자심문조서 활용...모든 사건 적용 힘들어" 
대검은 지난해 12월 일선 검찰청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피의자심문조서를 법원에 요청하고 공판에서 이를 증거로 활용하라고 전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구속 사유가 충족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모든 사건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법원의 피의자 심문조서를 입수하고, 피고인의 진술증거를 법정에 제출해 추후 증거를 보강하는 방안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 '대장동 의혹'이나 '고발 사주' 등 물적 증거가 없고 진술 증거로 의존하는 사건 수사의 경우 난항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A하고 B하고 공범 관계인데, A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B씨는 검찰에서 자백을 한 경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로 A를 처벌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공범관계라도 A가 B에 대해서도 자백을 하지 않으면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범 관계에 있어도 수사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동력이 약해진 것은 맞다"며 "피의자 신문조사를 더 안하게 될 테니 실체 규명이나 수사 속도가 많이 제동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다 해봤자 동일한 과정을 두 번 거치는 것밖에 없다"며 "검찰에서 조사 자체에 실익이 없으니 잘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플리바게닝 등 '범죄 타협' 불가피
'플리 바게닝'은 수사에 협조한 이의 형벌을 가볍게 해주거나 감면해주는 제도로 미국 등 국가에서는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 검찰과 형량 관련해 타협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지킬 의무는 없다는 얘기다. 

이창현 교수는 "미국처럼 플리바게닝의 등장이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이 제한됐으니, 범행을 부인하면 법정에서 재판만 오래 할 뿐"이라면서 "서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예컨대 자백을 하는 대신 형을 감경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