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감형 꼼수 사라지나...'피해자 양형 의견진술권' 법안 등장

2022-01-28 16:29
조주빈, 판결문 100여 차례 제출...자필 추정 편지엔 "비참해"
송기헌 의원 "피고인 중심 양형 참작...피해자 의견 들어야"

[사진=연합뉴스]

# 100장 넘는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을 확정받았다. 그의 반성문에는 "과거가 부끄럽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조주빈 추정 자필 편지에는 "10월 14일. 선고날인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내 죄를 인정한다. 그러나 판결은, 이 비참한 선물은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 '거제 잔혹 살인사건' 가해자 박모씨가 재판부에 20여 차례나 선처를 호소하는 자필 반성문을 제출했다. 가해자를 강력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범에 반성의 기미를 보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반성문 제출 등 피고인 중심의 양형 참작 사유가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범죄자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형사재판 양형에 피해자 의견 진술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반성문 감형 꼼수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법관이 양형을 참작할 때 피해자 의견 진술을 듣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법관의 양형 고려 사유로 연령, 피해 정도, 처벌에 관한 의견 등 피해자 관점의 요소를 명시하고, 피해자가 증인신문이 아니라도 공판 출석, 서면 등으로 양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양형 참작 사유로 범인의 연령, 성행(性行) 등 피고인 중심의 양형 요인을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제시하고 제53조는 '작량감경'을 규정하고 있다. 고려해야 할 사유가 있을 경우 법관이 재량적으로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주요 범죄군의 양형기준 안에 양형요인으로 녹아 있다. 특히나 성범죄의 양형기준에는 일반 감경인자로서 '진지한 반성'이 모든 세부 성범죄 기준에 포함되어 있고, 집행유예 기준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반성을 보여줄 경우 양형 과정에서 1차 형량이 감소하고, 이 반성의 내용으로 집행유예 선고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범죄자에 대한 대부분의 처벌이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16~2020년 법무부 검찰 사건 처분 통계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1심에서 피고인 53.7%가 벌금형, 25.77%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9.4%에 불과하다.

송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체 성범죄자 피고인 중 70.9%가 '진지한 반성', 30.3%가 '형사처벌 전력 없음'의 이유로 감형받은 사실과 함께 '진지한 반성'을 증명하기 위한 반성문 대행 등 감형 컨설팅 사업의 성행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편의적·가해자 중심적인 양형 조건으로 피해자는 두 번 울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 보호 관점의 양형기준 마련을 통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법안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