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인근에 미군 8500명 배치...최대 '4만명 나토군' 운집

2022-01-25 10:2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고조하면서, 이를 억지하기 위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 재배치 계획이 일부 공개됐다.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5만명에 가까운 군대가 운집하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과 화상통화를 진행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80분간 진행된 이날 통화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해킹과 사이버 테러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이날 회의가 '보안적으로 안전했다(a secure video call)'고 강조하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유럽 지도자들과 화상 통화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날 정상들이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 행위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면서도 "현재의 긴장 상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한편, 다양한 방식에서 러시아와 교전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나토 동쪽 진영에 대한 안보를 강화하고 러시아에 막대한 결과(massive consequences)와 가혹한 경제적 비용(severe economic costs)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공동 노력을 논의했다"면서 "이후에도 EU,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대서양 동맹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8500명의 미군에 대한 유럽 파병 준비를 지시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자국 영토에 주둔 중인 8500명의 병력에 대해 동부와 중부 유럽 배치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10일 내 배치'를 준비했던 병력 태세는 '5일 이내에' 배치 준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유럽 배치를 준비 중인 8500명의 병력이 향후 나토의 다국적 대응 부대의 일부로 활동할 것"이라면서 "해당 부대가 활성화하면 병력 규모는 4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다만, 해당 부대는 '매우 높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기에 현재의 병력 규모는 2만명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전날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와 대체로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전날 신문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24~30일) 중 1000~5000명 규모의 미군을 러시아 국경 인근에 파병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파병 규모를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중·동부 유럽에 최대 5만명의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이날 미국 국방부의 발표는 미군 단독 파병은 아니지만, 나토와 함께 최대 4만명의 병력을 러시아 인근에 운집시켜 러시아에 대한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전략자원을 확인하는 미군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 국경 인근에 러시아가 12만70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당국은 전날 러시아가 언제든지 무력 행위를 개시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필수 직원과 가족의 철수를 권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3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격전(Blitzkrieg, 기동성을 활용해 최대한 빠르게 적지를 점령하는 충격 전술)을 감행하고 괴뢰정권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제2의 체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아울러, 24일 영국 외무부는 키예프 주재 자국 대사관의 인력 절반의 귀국을 명령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추가 논의를 위해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고도 밝혔다. 아직 정확한 방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달 8일 숄츠 총리의 취임 후 첫 방미다. 앞서 지난달 10일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통화하기도 했다. 

앞서, 숄츠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자국의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운송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의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숄츠 총리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과 유럽 동맹 간 균열음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정례 기자회견 중인 존 버키 미국 국방부 대변인.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