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ESG-외국에서 배운다]④대형 마트에서 '지속가능' 친환경 마트로, 까르푸
2022-01-25 08:10
국제사회 SDG기준 지속 실천...재활용 늘리고 탄소 배출은 줄이고
'식품의 전환' 핵심 과제로...주요 키워드는 '신선함', '로컬', '유기농'
CSR 지수별 인센티브 책정...동물 복지 등 '2022 까르푸 전략' 전진
'식품의 전환' 핵심 과제로...주요 키워드는 '신선함', '로컬', '유기농'
CSR 지수별 인센티브 책정...동물 복지 등 '2022 까르푸 전략' 전진
[데일리동방]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항목으로 떠올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지표로 기업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느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ESG 전담위원회를 만들고 사회공헌 부서를 확장하는 등 ESG 총력 태세에 나서고 있지만 ESG 평가에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미국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필요한 ESG 경영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외국 기업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통 업체인 까르푸(Carrefour)가 성공적인 ESG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까르푸는 프랑스어로 '교차로'라는 뜻이다. 첫 매장이 파리 근교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던 점에 착안해 지어진 사명이다.
지난 1959년 설립 이후 60여년 동안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1만 3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까르푸는 우리나라에도 1996년 진출해 10년 동안 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까르푸는 식료품과 의류, 잡화 등을 한 곳에 모아 두고 셀프 서비스 등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의 새로운 소매업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엔 큰 매출을 일으키는 대형 슈퍼마켓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드라이브 매장, 소규모 친환경 매장 등으로 다각화하면서 유통업의 새로운 '교차로'를 만들고 있다.
◆주요 ESG 평가 기관서 긍정 평가...ESG 등급 '평균'
서스테이널리틱스는 까르푸의 위기 관리 능력이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모델과 ESG 정책 등을 두루 평가해 리스크 노출 정도와 위기 관리 능력을 파악하는데, 영휘 슈퍼마켓(중국), 콜스그룹(호주) 등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위기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1만 5121개 업체 가운데서는 3648위, 동종업계인 식품 유통업체 대상으로는 203개 업체에서 52위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는 2017년 이후 꾸준히 높은 평가를 계속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DJSI 점수는 77점으로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까르푸는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목표(SDGs)를 준수하고 있는 자사 ESG 정책이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각국 대표자들은 2030년까지 세계가 직면한 환경적·정치적·경제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2001년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개념을 확장해 17개 목표와 169개의 구체적 세부 목표를 채택했다.
빈곤 종식·제로 헝거·웰빙·질 높은 교육·양성 평등·위생 관리 등 SDG 17개 목표 가운데 까르푸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책에 따라 '식품의 전환' 부문을 포함한 7가지 우선순위를 선정, 준수하고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음식물 쓰레기 양을 2016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위생 관리) △로컬 파트너를 3만명까지 확장(웰빙) △2025년까지 고위 매니저 35%를 여성으로 임명(양성 평등) 등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매장에서 로컬 매장으로...'역발상' 통했다
까르푸가 ESG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생활 방식의 변화에 따라 식품 유통 산업도 다른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존 대형마트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018년에는 향후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 이른바 '2022년 까르푸' 전략이다. '식품의 전환' 정책을 통해 ESG 경영을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의 전환 정책을 필두로 회사와 파트너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 제품과 식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다.
식품의 전환 정책이 추구하는 주요 키워드는 ‘신선함’, ‘로컬’, ‘유기농’ 등이다. 대형마트의 특성상 그동안에는 주로 교외에 매장이 위치해 있었던 것과 달리 소비자와 가까운 거리에 중소형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까르푸는 슈퍼마켓과 할인 판매점, 창고소매업의 장점만을 결합한 ‘하이퍼마켓’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까르푸 익스프레스(소형), 까르푸 시티(중형), 까르푸 마켓(대형)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기존의 가격 경쟁력 위주 홍보에서 까르푸의 품질 인증을 획득한 유기농 업체나 윤리적 생산 로컬 제품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접근 가능한 소규모 매장을 늘리면서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로컬 생산자와 직접적인 거래를 확대하면서 소상공인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까르푸의 ESG 기구는 그룹 집행위원회, 이사회, CSR 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그룹 집행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CSR 전략과 정책, 목표를 정의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각 국가별 법률과 제도를 준수하는 로컬 전략도 실행한다. 이사회는 집행위원회가 수립한 전략을 승인하고 실행 내용을 평가한다.
지난 2019년,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포장을 줄이는 에코 디자인을 설정하고 농업계를 위한 자금 조달 프로젝트 등의 기획이 이들 기구를 통해 확정했다. 지금까지 기부와 재활용 등으로 재활용 비율을 67% 늘리고 포장 용기를 1867톤 감축한 점,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6% 줄인 점이 대표적인 친환경 성과로 꼽힌다.
까르푸 그룹은 매년 22개의 CSR 지표를 기반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2006년부터 활용하고 있는 CSR 지표는 그룹 차원의 성과를 추적하는 데 활용한다. 내부적으로는 직원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 관리자급의 급여 가운데 25%는 CSR 지수를 기반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급여의 20%가 CSR 항목을 얼마나 지켰느냐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 일종의 인센티브로 CSR 책임감을 높이는 식이다.
대외적으로는 자사 정책·실행 계획이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항목별로 경쟁업체와의 비교를 해보고 모범 사례는 벤치마킹하는 기회도 갖는다.
까르푸는 앞으로도 7개 SDG 항목을 실현해나가는 방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까르푸는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동물 복지를 고려한 유기농 제품 판매, 지속 가능한 어업 추구, 삼림 벌채 방지, 포장 사용 줄이기 등에 대한 약속을 확인하고 강화하기 위해 일부 목표를 높이고 있다"며 "판매 제품의 탄소 발자국 감소, 동물 복지 증진, 직원 복지 등에 대한 새로운 목표로 설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