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는 미국 기술주… "'구명정'이 필요하다"

2022-01-23 09:37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제 기술주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실적 결과에 따라 일부 주식들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스닥 내 시가총액이 가장 큰 주식들을 모아놓은 나스닥 100 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9.2%가 하락했다. 장기국채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 성장주들의 미래 가치가 훼손된 탓이다.

기술주들의 가치가 높았던 이유는 향후 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가 나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향후 이자 상승으로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이 기업들이 실제 얻게 되는 이익도 줄어든다. 이자 상승에 성장 기술주들이 특히 민감한 이유다. 문제는 향후 이자가 높아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1월에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1월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인플레이션 상승세 때문이다.
 


지난 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실적 발표는 이 고통을 다소 줄여줄 수 있다고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지적한다. 아마존을 비롯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몇 주 안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배런스는 "이들 회사 중 일부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주가 반등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기대를 넘어선 수익은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애플의 이익 전망치가 낮다고 보고 있다. MS 역시 지난 7분기 내내 기대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시장이 금리 인상 공포에서 벗어나 기술주들의 실적에 주목하고, 실제 기업들이 예상 밖의 견고한 실적을 보여줄 경우 하락세가 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술주에 '구명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배런스는 "나스닥 100의 가격은 채권 수익률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그 부정적인 상관관계는 너무 극단적이어서 이제는 줄어들 수 있으며, 기술주는 이제 수익률 상승에 대한 하락 민감도가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전략가 마이크 윌슨은 "금리가 중요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금리가 (이전보다) 덜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 시즌이 시작되고 예상치와 실제 실적의 격차가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