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CPTPP 가입신청, 과연 이번 정부에서 가능할까?
2022-02-03 09:07
정부가 올해 4월까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신청은 정부 의지와 달리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
먼저 CPTPP 가입에 따른 작업반 설치부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CPTPP 가입을 위한 신청서가 제출되면 가입 협상 전반을 관장하게 될 작업반(Working Group)이 설치된다.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국가가 하나면 상관없지만 지금과 같이 두 개 이상이면 작업반 구성이 어떻게 될지 정해진 바 없다. 신청서 제출 국가를 하나로 묶어 공동 작업반이 설치될 수도 있고, 국가별로 독립된 별도의 작업반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현재 CPTPP 가입을 신청한 나라는 중국과 대만, 남미의 에콰도르 등 3개국이다. 따라서 신청국별로 3개의 독립된 작업반이 설치될지 아니면 3개 국가를 묶어 한 개의 작업반이 설치될지는 CPTPP 기존 가입국들의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 때로는 대만과 에콰도르를 묶어 하나의 작업반이 설치되고, 중국은 따로 떼어내 별도의 작업반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마당에 우리나라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 작업반 설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CPTPP 기존 회원국들도 복잡한 고민을 하겠지만 우리도 전략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독 작업반일 경우와 공동 작업반일 경우, 그것도 어떤 국가와 공동 작업반이 되는지에 따라 우리의 협상 전략이나 가입 협상 완료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경우는 나름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경우가 우리에게 가장 유리할지는 정부에서 이미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가입 신청이 늦어지면 우리보다 앞서 신청한 3개국을 대상으로 먼저 작업반 설치 논의가 완료될 수 있고, 우리의 가입신청서는 그다음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신청 시기는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신청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국가가 가입 신청을 한다면 그 나라와 함께 공동 작업반이 설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CPTPP 가입 순서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CPTPP 가입에 대한 준비가 많이 되어 있어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일사천리로 협상이 빨리 끝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특성상 조급해하는 쪽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가입 협상이 늘어질 경우 가입 순서도 밀릴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한 쪽은 항상 가입을 신청한 국가가 된다.
대선 이후가 되면 대통령직인수위가 꾸려지고 중요한 정책 결정은 사실상 인수위와 조율을 거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신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CPTPP 가입 신청 제출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농수산업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반길 정부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CPTPP 가입신청서 제출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정부가 출범하고 통상정책 방향과 추진 체계에 대한 검토가 끝난 이후에야 가입신청서가 제출되고 그에 따라 가입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사이 우리보다 앞서 가입 신청을 한 중국이나 대만, 에콰도르의 CPTPP 가입 협상이 완료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에 하나 완료되었다면 우리나라가 가입 협상에서 상대해야 할 국가도 그만큼 늘어나 우리의 가입비용이 증가한다. 행여나 그 상대가 중국이라면 그야말로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우리를 기다릴 수도 있다. 다른 국가의 CPTPP 가입이 늦어지기를 기대해야 하는 우리 처지가 안타깝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관세청 자체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