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18개월] 월세로 내몰리는 서울 무주택 서민들

2022-01-11 18:00
반전세·월세 비중 37%…역대 최고
월세 부담도 가중…1년 동안 10%↑

[사진=연합뉴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8개월에 접어들었지만, 당초 법 개정의 목표와는 다르게 서민 주거환경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매물은 반전세, 혹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데다가 월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서울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전체 전월세 거래량(18만1367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거래는 6만7134건으로 37%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31%)보다 6%포인트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17개월 연속 상승해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수요로 전환되거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조세 전가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로 내몰린 세입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작년 11월 기준 124만1000원으로, 지난해 11월(112만2000원) 대비 10.6% 올랐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30만1000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117만8000원보다 12만3000원 더 높았다.

세입자 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며 이미 급등한 전세가격을 월세에 반영해 올리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3.13%로 조사됐다. 2020년 5월(4.01%) 이후 1년 6개월간 하락하던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3.13%로 집계되며 하락세를 멈췄다.

시장에서는 이를 월세가 오르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전월세전환율이 떨어진 것은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올라 월세 상승 속도가 전셋값 상승 속도를 못 따라가서인데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세도 같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종부세가 월세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자금대출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 확산되면 반전세 등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그만큼 조세전가 현상도 뒤따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