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 18개월] 출렁이는 전세 시장…올 8월이 분수령
2022-01-11 18:00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 6.3억…임대차법 시행 전보다 35%↑
집주인, 신규 전세계약시 인상분 반영할 듯…공급 물량도 태부족
집주인, 신규 전세계약시 인상분 반영할 듯…공급 물량도 태부족
#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거주하는 A씨는 아직 전세계약 만기일이 7개월 이상 남았지만 집 생각만 하면 잠을 설친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전세보증금을 5% 인상하고 기간을 2년 연장했는데 당장 계약이 끝나는 8월 이후엔 갈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일찌감치 신규 계약을 예고했고, 인근 아파트는 2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라 보증금 마련이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도래하는 8월, 전세 시장이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이 이미 크게 오른 시장 가격으로 신규 계약을 하면 전셋값이 급등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5로 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보다 낮으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2019년 9월 16일(92.2)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2년 새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을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이동 수요가 줄어들어 전세 물건이 적체되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아파트 단지마다 전셋값이 급등하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고 가격 제한 없이 새 세입자를 구한 경우와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5% 이내로 올린 경우가 있다. 이 밖에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지만 갱신권을 쓰지 않고 전세금을 합의하거나, 임대사업자가 1년 단위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면서 매년 5%씩 올리는 경우까지 총 4가지 사례가 나온다.
오는 7월 말부터 임대차법 시행 후 갱신권을 썼던 임대 물건이 2년 계약을 마치고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혼란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갱신권은 한 차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물건들은 자유롭게 전세 또는 월세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시장에선 이때 또 한 번 전셋값이 일제히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신규 전세계약에서 집주인들은 '임대료 5% 이내 인상'을 염두에 두고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6억3223만6000원으로,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8월(4억6794만9000원)과 비교하면 15개월 만에 35.1% 급등했다.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감안해 8월 이후 신규 전세계약 시에는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기 위해 평균 전셋값보다 가격을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세 시장에서 공급으로 볼 수 있는 입주 예정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1만3823가구로 2021년(28만5052가구)보다 증가한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가장 물량이 부족한 서울과 경기 지역에 공급 감소가 많다. 서울은 지난해에 비해 1만1427가구 줄어들고, 경기는 5029가구 감소한다.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205만가구 공급대책을 내놓은 만큼 청약을 기다리는 이들이 전세시장에 다수 머문다는 점도 전셋값 불안 요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한 차례 갱신권을 쓴 세입자들의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이어서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요 지역 공급 물량이 부족하고 대출 규제가 심화되는 데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분양 자격을 유지하려는 대기자들도 많아 하반기에는 전세 시장이 더 불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