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대교체 택한 박정호...사피온코리아 대표에 71년생 여성 엔지니어 지목

2022-01-09 12:37
류수정 AI액셀러레이터 담당, 사피온코리아 대표 선임
반도체 설계, 투자 유치, IP 관리 분업...글로벌 시장 진출 포석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사진=SK스퀘어]

SK스퀘어·SKT·SK하이닉스가 공동 투자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를 이끌 인물로 71년생 여성 엔지니어가 선임됐다. 세대교체를 앞세워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2년 뒤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복안이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코리아는 지난 4일 법인을 설립하며 류수정 SKT AI액셀러레이터 담당을 사피온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70년대생 임원 전진배치

신임 류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AI 반도체 전문가다. 지난해 4월 SKT에 합류했는데, 당시 박 부회장이 SK그룹의 AI 반도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인재로 보고 영입에 공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서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등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를 지내고 이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뉴럴프로세서(NPU)와 메모리 연산 통합반도체(PIM)를 연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와 소프트웨어 자문위원, ICT 정책고객 대표위원, 국책과제 기획위원 등도 맡고 있다.

SKT 관계자는 "류 대표는 실무 역량과 리더십을 고루 갖추고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갖춘 업계 전문가"라면서 "이를 토대로 급변하는 업계에 유연하게 도전하며 사업을 성장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종민 SKT T3K이노베이션 담당(오른쪽 둘째), 김진중 SKT 밸류그로스그룹장(맨 오른쪽)이 지난 2020년 CES 전시장 SK부스에서 글로벌 협력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T]

사피온코리아 비상무이사에는 김진중 SKT 밸류그로스그룹장과 이종민 SKT T3K이노베이션 담당이 선임됐다.

사피온코리아에서 투자유치 담당 임원을 겸직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그룹장은 1997년 SKT에 공채로 입사한 'SK맨'이다. 경력의 대부분 기간을 신사업·전략 관련 조직에 몸담았다. 지난 2020년 1700억원 규모의 우버 투자를 성사시키는 등 SKT의 핵심 신사업과 굵직한 투자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등 AI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김 그룹장을 통해 사피온코리아가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IP) 관리 임원을 겸할 것으로 보이는 이 담당은 30대에 상무에 올라 당시 그룹 내 최연소 승진 기록을 세운 기술 전문가다. KAIST 출신으로, 2010년부터 SKT에 몸담으면서 미디어기술원장, 미디어인프라랩장 등을 역임했다. 소지한 특허만 200여개에 달해, 업계에서 기술 관리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모바일 방송 기술 'T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소셜 VR' 등을 개발하고, 외부 스타트업 육성과 IP 확보를 담당했다. 사피온코리아가 향후 '사피온'을 글로벌 IP로 확장하는 데 공들일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사피온코리아 설립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박 부회장이 사피온 코리아를 이끌 핵심 인사들로 70년대생 임원들을 전진배치했다는 것이다. 류 대표와 김 그룹장은 71년생으로 올해 만 50세, 이 담당은 78년생으로 만 43세다. 핵심 신사업에 70년대생 임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SKT는 SK스퀘어와 인적분할하면서 AI·디지털인프라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2024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50조원 전망

사피온코리아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SKT 분당사옥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 분당사옥과 지근거리에 위치하는데, 양사간 협력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SK스퀘어와 SKT, SK하이닉스는 이날 사피온에 공동 투자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T는 5G와 AI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사피온 기술 개발을 이끈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모델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하며, SK스퀘어는 SKT와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한다.

3사의 공동 투자는 800억원 규모다. 류 대표는 "800억원 투자 규모로 시작한다"며 "SKT가 62.5%, SK하이닉스가 약 25%, 나머지를 SK스퀘어가 맡는다"고 밝혔다.

3사는 박정호 부회장의 주도로 이달부터 유영상 SKT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사피온의 글로벌 진출은 협의체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약 5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지난 2017년부터 독자 연구 조직을 꾸려서 사피온 개발에 착수하고, 2020년 11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선보이고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심의 미래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2일 AI 반도체 사업을 311억원에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사피온코리아의 발행주식 총수는 20만주, 자본액은 20억원이다. 

사업 목적은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업, 반도체 판매업, 전자부품 제조업, 컴퓨터 및 주변 장치 제조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반도체 연구개발업, 과학 기술 서비스업, AI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업, AI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업,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일체의 부대사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