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SK ICT 연합' 출범…첫 합작물은 '사피온', 세계 시장 공략 가속도(종합)

2022-01-09 09:30
SK스퀘어·텔레콤·하이닉스, ICT 시너지 기대…AI 반도체 공동투자 확대
1조원 이상 ICT 투자자본 조성…하이닉스,"中 인텔 인수 조건 받아들일 만 했다"

“반도체와 5G, AI 등 ICT 융합에 대한 파트너사의 요구가 많다. 우리는 SK텔레콤(이하 SKT)을 분할해 투자회사(SK스퀘어)와 통신회사를 만들었고,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협의체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가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SK ICT 연합’ 출범을 공식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SK ICT 연합은 SK스퀘어와 SKT, SK하이닉스 등 SK 3사가 ICT 융합기술을 공동 개발, 투자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도모한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았고, SK텔레콤 분할로 SK스퀘어가 탄생하면서 반도체-통신-투자를 잇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 구조가 마련돼 가능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CES 2022가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스퀘어]


SK ICT 3사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SK스퀘어의 혁신투자 △SKT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미래 혁신 기술을 지렛대 삼아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당장 이달부터 박 부회장의 주도하에 유영상 SKT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한다. 3사의 공동 투자와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3사 첫 합작물, AI 반도체 ‘사피온(SAPEON)’ 세계 진출

SK ICT 3사는 첫 시너지 합작물로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AI 반도체는 낮은 전력으로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빠르게 실행 가능해 ‘AI의 핵심 두뇌 ’로 불린다. 시장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6배 성장해 2030년 총 1179억 달러(140조원)로 관측된다. 10년 뒤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은 30%로 전망되나,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없다.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자체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SKT는 5G, AI 분야에서 축적한 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사피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모델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SK스퀘어는 SKT와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 유치할 예정이다.

3사는 이를 위해 미국법인 ‘사피온(SAPEON Inc.)’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 확장의 전초기지가 된다. 한국법인 사피온 코리아(SAPEON Korea)는 사피온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맡는다.
 

SK ICT 3사 연합체 시너지 개념도 [사진=SK스퀘어]


◆SK ICT 3사, 1조원 이상 ICT 투자자본 공동 조성·운영

SK ICT 연합은 총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자본을 조성 및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유수 투자자들과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투자처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3사는 각 사별 특징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SKT는 미래 ICT 서비스가 AI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세상, 즉 ‘AI버스(AI-VERSE : AI와 Universe의 합성어)’가 될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T우주∙이프랜드(ifland)∙AI 에이전트(Agent) 3대 서비스를 혁신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AI, 메타버스, 5G 분야 내 기술 혁신에 따른 변화에 적극 대응, 올해를 SK ICT 연합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CES 2022가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SK ICT 연합’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스퀘어]


◆SK하이닉스, '인사이드 아메리카' 추진···"중국 정부, 인텔 낸드 '조건부 승인' 받아들일 만한 것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 된 만큼,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특히 막판 허들로 여겨졌던 중국 정부의 조건부 승인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노정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이와 관련 “중국의 정부가 내세운 조건은 일반적인 것이고, 자국 기업이 차별 받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저희가 특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못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수요처다.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차별할 수가 없고, 중국 고객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세계 최대 ICT 시장이자 격전지인 미국에서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실행한다. 현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파트너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주 사업조직을 신설했고, 이 사장이 직접 이끈다. 미주 R&D센터도 건립한다.이 사장은 “미국은 글로벌 ICT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SK스퀘어는 혁신 투자를 통해 SK ICT 3사의 시너지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최근 투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연계해 글로벌 블록체인 신사업에 진출하고,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블록체인 기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다”고 밝혔다.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류수정 SK텔레콤 AI 액셀러레이터 담당,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윤풍영 SK스퀘어 CIO. [사진=SK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