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국채 금리 가파른 상승…"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도 검토"

2022-01-05 17:20

좀체 움직이지 않던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10년물 국채금리는 1.65%를 기록하면서 최근 6주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3월에 1.74% 수준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3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2.05%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지난 10월 기록했던 2.16%에 근접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상승은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은 물론이고, 경제성장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증시에는 당분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유럽증시 역시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출발했다. 

연준의 긴축 방향은 5일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더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연준의 긴축은 더욱 속도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미국 연준 이사들은 현재 보유 중인 8조7600억 달러(약 1경406조88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줄이는 것과 관련한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도 이를 재투자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채 수요가 줄면서, 가격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오미크론은 1월 경제황동을 둔화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변이의 치명률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올해 글로벌 경제가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글로벌 유동성시장 부문의 데보라 커닝햄 최고투자책임자는 “만약 오미크론이 당장의 경제성장을 다소 둔화하게 만든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강한 경계심은 긴축 정책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라고 4일 투자노트를 통해 지적했다. 현재 채권시장은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주에 공개되는 연준의 12월 의사록과 고용지표,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준의 긴축 사이클의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라이트슨 ICAP LLC의  루 크랜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긴축을 앞두고 노동시장 상황과 인건비 압박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미크론이 경제에 예상 밖 타격을 주지 않는 이상 연준은 1월말 회의에서 2월 내에 자산매입규모축소(테이퍼링)를 마무리하고, 3월 첫 기준금리 인상 환경을 갖출 것으로 보았다.

결국 연준의 인플레이션 길들이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장기국채의 수익률은 경기, 인플레이션 등 다른 변수들의 방향이 명확해 질 때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JP모건의 케릴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수요를 둔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 금리의 상승이 필요하다"면서 "장리금리가 올라가지 않는 이상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잡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 등을 통해 장기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얼마간 간의 시간을 두고 시행되느냐"라면서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과거와 비슷한 양상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채 가격의 하락은 최근 회사채 물량의 급증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TD 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아시아태평양 전략가는 “지난 12월 연준의 매파적 태도가 국채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유동성이 제한된 가운데 회사채 공급의 증가와 고정금리를 통한 위험회피 등이 연초 국채금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사들이 금리인상 전에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시장의 자금이 회사채 쪽으로 쏠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