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주한대사, 종전선언 공개비판..."뭐가 달라지나"

2022-01-05 09:53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사진 = 주한미국대사관]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 중인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 "종전선언으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에 관해 우리는 그 선언 다음날 무엇이 변할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 협상이 아니다"라며 "정전협정(armistice)은 여전히 훌륭할 것이다. 한국을 방어하려는 우리의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도 여전히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우리가 종전선언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정전선언이라 불리고, 수십 년 동안 잘 작동해 왔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력을 약화하는 것을 대가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서는 절대 안 된다"며 "대화와 군사적 대비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하며, 이상주의는 현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대화 요구가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뤄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공동 군사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강하게 동의한다"며 "이것(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축소)은 실패로 가는 확인된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훈련이나 제재를 줄이려면 협상의 결과물 또한 좋아야 한다"며 "북한과 중국은 계속해서 (한미)동맹의 결의를 시험해 보고 분열시키기 위해 강한 연대를 약화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나는 김정은이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제재 완화와 한미 동맹 분열 등을 원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첫 해가 지나도록 주한미국대사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여전히 내 자리를 대체할 대사 후보가 없다"며 한국이 핵심 안보 동맹이고 필수적 경제 파트너인데 아직도 대사 지명자가 없다니 당장 지명해서 빠르게 인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무게감을 키우고 있는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비공식 협력체 쿼드(Quad)의 확대와 관련해선, "쿼드를 키워야 한다"며 "쿼드에는 어떤 '게이트키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쿼드 참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놓고는 "한국 정부는 동맹인 미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며 "그것이 분수령(tipping point)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쿼드뿐 아니라 중국의 인권 문제 등 다른 분야에서 한국이 움직이기를 바랬던 기회들이 있었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었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약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내에 쿼드 참여를 요구하는 사람과 그룹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