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원 넘어선 국내 미술 시장, 변화의 기로에 서다

2022-01-05 06:00
2021년 국내 미술 시장 전년 대비 179.4% 성장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총액 3242억원 역대 최대
한국화랑협회, 성명서·자체 경매 통해 경매사에 제동

케이옥션 12월 경매 장면 [사진=케이옥션] 

빠르게 커지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이 성장통을 겪으며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K-ARTMARKET)’과 미술시장조사는 지난 1월 3일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경매시장 3242억원, 상위 5개 아트페어 매출이 1235억원(KIAF·아트부산·대구아트페어·화랑미술제·부산국제아트페어)이다”라며 “이를 토대로 국내 미술 시장은 유통영역(화랑·경매회사·아트페어) 기준 약 9157억원으로 추산된다”라고 전했다.
 
2020년 3277억원을 기록했던 한국 미술시장이 179.4% 커진 것이다.
 
경매시장이 미술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낙찰총액 324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10개 경매사가 개최한 255회의 경매를 통해 출품된 작품 3만3971점 중 2만2541점이 낙찰되어 낙찰률 66.4%를 마크했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 규모는 2950억6000만원으로 전체 시장의 9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각각 266.8%, 169.8% 증가하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1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옥션의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31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8%, 583.9%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술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통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1월 3일 오후 ‘양대 옥션사들은 한국화랑협회와 체결한 신사협약을 준수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한국화랑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양대 옥션사들은 2007년 화랑협회와 체결된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며 “과도한 옥션의 개최 횟수를 줄이며, 작가들에게 직접 경매 출품 및 판매 의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전했다.
 
동시에 한국화랑협회는 오는 1월 2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에서 회원 화랑들만 참가하는 경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매 개최 목적에 대해 협회는 “화랑(1차 시장)의 중요성 및 역할 재인식과 미술시장의 균형을 강조함과 더불어 ‘옥션사의 과열된 운영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양대 옥션과 협회가 체결한 2007년 신사협약에 근거한 ‘미술계의 상생을 위한 운영방식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라며 “이번 옥션 개최를 통해 대외적 수익을 추구하거나 시장의 양극화 조장을 위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화랑협회의 경매가 변화의 기로에 선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술 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경매 회사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분별한 경매를 해 시장을 교란시킨 측면이 있다”며 “외국 화랑의 경우 코로나 이후 인터넷 경매, 작가 지원, 인력 영입 등으로 바뀐 환경에서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국내 화랑이 바뀐 환경에 맞춰 얼마만큼 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15년 전 신사협정과 ‘경매를 경매로 막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