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號 LX, 광폭행보 계속 하며 '홀로서기' 속도

2022-01-01 06:00
LG 총수 일가·지분 정리 후 한국유리공업 인수 추진 등 현안 공식화

LX그룹이 지난 연말을 숨가쁘게 보내며 새해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첫 새해를 맞이하는 가운데 그룹 경영의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자녀에게 LX홀딩스 지분을 일부 증여하는 등 연이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와의 지분 정리를 마무리한 구본준 회장이 본격적인 그룹 차원의 경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LX홀딩스는 LG그룹의 지주회사 ㈜LG와의 인적분할을 거쳐 지난해 5월 출범했다.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자 5개 계열사(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와 함께 독립을 결정하면서다.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출범 이후 5월과 11월 두 차례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7월에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등 내부적으로 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새로 출범하는 조직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구광모 회장과의 지분정리가 완료되지 않은 데 따른 행보라는 분석도 있었다.

LX그룹이 계열 분리를 통해 대기업 집단으로서 모양새는 갖췄지만 LX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구광모 회장이었던 만큼 법적으로는 여전히 LG그룹에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본준 회장이 지난달 14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X홀딩스의 지분 32.32%를 매수하고 동시에 ㈜LG 지분을 일부 매도하면서 지분구조 상 LG와 LX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구본준 회장의 행보를 제한하던 지분구조 이슈가 해결되자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같은달 24일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상무)과 딸인 구연제씨에게 LX홀딩스 지분 일부를 증여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유리공업이 LX에 인수된다면 그룹 내에서 건자재 사업을 영위하는 LX하우시스와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건자재 업계 라이벌 KCC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수 주체가 LX하우시스가 아닌 LX인터내셔널이라는 점에서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LX하우시스는 LX그룹 편입 이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테리어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고부가 건장재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로 LX그룹은 지난해 9월 한샘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에도 한국유리공업 인수에 다시금 나서며 그 의지를 피력했다.

재계에서는 LX하우시스를 신호탄으로 다른 계열사들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LX인터내셔널은 친환경·디지털·헬스케어 등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은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 신사업에 나서는 기업들이 기업 인수를 통해 관련 역량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 LX그룹이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본준 회장은 기업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직후 자녀들에 LX홀딩스 지분 일부를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도 마련했다.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 850만주를 증여받은 구 상무는 지분율을 0.60%에서 11.75%로 끌어올리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구 상무는 그룹 내부에서도 지주회사 경영기획담당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지분율 측면에서도 구본준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구본준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 잰걸음을 보이며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만큼 올해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사진=LX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