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大戰] 3월 대선 핵심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후보교체'

2021-12-31 08:00
자진사퇴하거나 당이 바꾸거나 단일화에 지거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월 30일 오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 9일 대선 개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내년 3월 9일 실시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한판 승부가 예정돼 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유력 양강 후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인 사상 초유의 대선이다. 각 후보자에 대한 비토(veto) 여론이 높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기도 하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유권자 측면에서 분석하면 이번 선거는 지역과 진영보다는 세대별 전략투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업화 세대인 60~70대, 민주화 세대인 40~50대 MZ 세대로 불리는 20~30대로 나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전성기를 보낸 산업화 세대는 보수성향이 강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춘을 즐긴 민주화 세대는 진보성향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현재 문재인 대통령 시절 투표권을 행사하는 MZ 세대는 복합적이다. ‘실용주의’를 앞세우며 좌우를 넘나드는 ‘스윙보터’ 성향이다. 차기 대선의 향방이 MZ 세대의 지지에 갈릴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민주당에게 결코 쉽지 않은 대선
 
사실 역대 대선을 복기해보면 민주당의 승리는 항상 극적이었다. 쉬웠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승리는 ‘이회창-이인제 보수 분열’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했다. 당시 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IMF 구제금융’ 원죄가 있었고, DJ가 김종필(JP)과 박태준(TJ)을 끌어안은 DJT 연합을 성사시켰음에도 김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53%에 불과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회창 대세론’에 대선 레이스 내내 밀렸고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공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정몽준 전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겨우 역전에 성공했다. 막판 정 전 의원의 ‘단일화 결렬선언’은 민주당 입장에서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노무현-이회창 두 후보의 표차는 불과 2.33%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도 쉽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사태'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책임론이 거센 상태에서 선거에 임했지만 최종 득표율은 41.1%에 그쳤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24.03%), 국민의당 안철수(21.41%)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표심이 오히려 더 많았다.
 
즉 대한민국 정치구조 자체가 보수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민주당이 지금 당장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좋게 나와도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당의 무난한 승리는 어디로
 
“막대기를 꽂아놔도 야당이 이긴다”
 
대선정국이 본격화되기 전, 양당 후보가 확정되기 전,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던 이야기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정권교체 여론은 항상 50%대를 넘었다. 특히 핵심 승부처인 중도층에서 ‘정권교체’ 목소리가 높았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떨어졌고, 끝없는 코로나19 방역에 국민들도 지쳐갔다. 여기에 ‘조국 사태’로 요약되는 내로남불 논란,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 등으로 민심은 등을 돌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탈환했고, 이준석 대표의 등장과 홍준표 의원의 재발견으로 꼰대정당 이미지가 희석돼 MZ세대의 지지를 얻는 듯했다. 산업화 세대와 MZ세대가 민주화 세대를 포위하는 소위 ‘세대포위론’으로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말 그대로 ‘무난한 후보를 내면 무난히 승리한다’는 관측이 팽배했다.

◆‘윤석열 교체’ 목소리는 왜 나오나
 
한길리서치가 본지 의뢰로 지난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10명 중 7명 이상이 후보 교체를 원했다. 특히 '집토끼' 대구·경북(67.9%)과 부산·울산·경남(66.1%)에서 절반을 넘겼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차기 대선에 대한 성격을 '국정안정론'이라고 답한 비율은 45%를 기록했다. '정권심판론'이라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이상 여론조사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무난한’ 후보를 내면 ‘무난히’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구도였지만, 최근 판세는 이재명 후보의 상승세,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60%에 육박하던 정권심판론이 40%대로 주저앉고, 30%대 ‘국정안정론’이 40% 후반을 넘보는 것은 야권에게는 악몽이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소위 ‘본부장 리스크’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윤 후보 본인의 '고발사주' 의혹,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경력·주가조작·전시협찬 의혹, 장모 최은순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땅 투기 의혹을 뜻한다.
 
여기에 대선레이스가 이어지면서 윤 후보의 ‘후보경쟁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단순히 범죄자를 감옥에 잡아넣고 국가의 공공질서와 안녕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외교, 경제, 복지, 노동, 환경, 교육, 치안 등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다. 또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대선후보 윤석열’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과연 그러한가. 국민의힘이 국정운영을 책임질 수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는가.
 
◆'尹 후보교체' 3가지 방법
 
현재 정치권에서 돌아다니는 윤석열 교체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하나는 본인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30일 자신의 SNS에 “무릎을 끓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는 글을 올리며 정권교체에 끝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번째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 74조의 2(대통령후보자의 선출에 대한 특례)에 따르면,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할 수 있다.
 
즉 ‘본부장 리스크’가 악화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민심이탈이 심각해진다면 당헌을 근거로 후보교체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물리적으로 후보 교체 방법은 없다. 전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후보를 교체할 정도면 어차피 대선에서 패배한다는 논리다. 
 
마지막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교체하는 방안이다.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는 군소정당 후보들과의 단일화가 필연적으로 추진된다. 윤 후보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있다. 상황과 단일화 방식에 따라 안 후보의 ‘업셋(upset) 승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대구시 동성로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