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신 아편전쟁' 중국발 펜타닐에 미국인들 죽어 나갔다

2021-12-29 16:13
미국서 펜타닐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코로나 사망자 앞질러
미국의 펜타닐 주요 공급처는 중국…바이든 "국가 안보에 위협"
미국, 중국 제재 나섰지만…DEA "인도가 주요 공급자로 부상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코로나와 교통사고, 자살을 밀어내고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면서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미국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펜타닐이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 업체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미국이 오히려 갈등을 전가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마약류 유통 책임을 두고 미·중 사이에 날 선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CN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18~45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펜타닐 오남용이었다. 펜타닐 오남용은 코로나와 교통사고, 총기사고, 자살보다도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보다 200배 이상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펜타닐은 다른 약물보다 중독성이 높은 데다 매우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마약'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소량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고농도 니코틴 원액의 경우 치사량이 40~60mg이다. 반면 펜타닐의 치사량은 고작 2mg에 불과하다.
 

펜타닐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2015년부터 차츰 증가하고 있다.[사진=펜타닐에 반대하는 가족(FAF)]


그러다 보니 비교적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에선 펜타닐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관련 단체 '펜타닐에 반대하는 가족(FAF)'에 따르면 작년에만 3만7208명이 펜타닐 오남용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년만 하더라도 펜타닐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자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펜타닐 오남용 사망자가 급증하더니 올해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원인이 됐다. FAF 설립자인 제임스 라우는 성명을 통해 "불법 펜타닐이 약물 관련 사망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건 국가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펜타닐을 대량 살상무기에 버금가는 약물로 지정한다면 불법 펜타닐 제조업체와 밀매업자들로부터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 밀그램 미국마약단속국(DEA) 행정관도 "불법 펜타닐 오남용으로 미국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펜타닐처럼 중독성 강한 약물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DEA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마약 밀매자들 근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모는 펜타닐의 주요 유통 경로는 어디일까. '미국으로 흘러드는 펜타닐(Fentanyl Flow to the United States)'이란 제목의 DEA 보고서를 보면, DEA는 "현재 중국이 국제 우편과
특급위탁 운영 시스템 등을 통해 펜타닐을 밀매하는 주요 공급처"라고 콕 집어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이에 미국 정부는 펜타닐을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중국인과 업체를 제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외국의 불법 의약품 유통 조직에 대한 단속을 쉽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마약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온라인을 통한 마약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 재무부는 4개의 중국 불법 진통제 제조업체와 중국인 1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제재가 합당하지 않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바로 다음 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을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은 이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통제하고 있지만, 미국은 영구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전가하기보단 중국의 노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펜타닐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EA는 "앞으로도 미국에 유입되는 펜타닐의 유통 경로는 더 다양해질 것이며, 중국에 이어 인도가 마약 원료 물질과 펜타닐 공급자로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에 펜타닐을 유통하는 제2의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