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의 생각과 목소리를 제도 개선으로
2021-12-29 00:00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여 부르는 신조어다. 최근 내 집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할 만큼 집값이 상승했다. 높아진 집값은 부동산 중개보수도 상승시켰고 부동산에서 비롯된 국민 불편은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주택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제도개선을 국토교통부 등에 권고했다. 국민 부담이 되는 현행 주택 중개보수 최고요율을 인하하고, 중개인의 중개보수 손해배상책임 보장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권익위의 개선안을 적극 받아들여 관련 법령을 개정했고, 10월 19일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국민의 중개보수 부담이 한결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권익위는 부패를 유발하거나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제도를 발굴해 해당 기관에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권익위가 권고한 제도개선 과제는 216건, 관계기관 수용률은 98.7%에 이른다.
두 번째 특징은 철저한 실태조사로 해당 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 특별조정교부금 투명성 제고' 방안을 행정안전부 등에 권고했다. 226개 시‧군‧구를 전수 조사하고 그중 90곳은 조사관들이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조사했다. 이를 통해 지자체 특별조정교부금이 공무원 복리후생이나 일회성‧전시성 사업에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들을 찾아냈다. 관련 기관은 명백한 위법 사례를 토대로 마련한 권익위의 개선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특징은 주로 다수 부처에 관련된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부처가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국민 불편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면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대책이 동시에 필요했다.
권익위 제도개선의 마지막 특징은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한 사안을 다룬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주택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제도개선'은 일반 국민과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 간 이해관계가 매우 달랐다. 권익위는 이해관계인 면담 등을 통해 어느 기관보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책의 선순환은 국민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여럿이 협업해야 하거나 갈등이 심각한 문제가 많아질수록 이를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권익위는 민원 분석과 국민생각함을 통해 국민의 요구사항을 발굴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확인 후 이해관계자들 간 이견을 조율해 개선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여러 기관의 협업을 지원함으로써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우리 사회는 나날이 다변화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권익위의 제도개선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 돼가고 있다. 앞으로도 권익위는 국민 불편을 초래하거나 부패를 유발하는 제도에 대해 국민의 작은 목소리도 듣고 개선함으로써 정책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