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못 잡는 기시다...오미크론에 내달 초 방미 포기

2021-12-27 10:03
내년 1월 정기국회 전 방미 일정, 사실상 어려워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이 재차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취임 당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목표로 '조기 방미'를 추진해왔다. 

27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일본 총리는 내년 1월 4~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방미 계획을 보류했다. 

해당 회의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연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기시다 일본 내각은 NPT 회의 일정에 맞춰 미국 워싱턴DC도 방문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대면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일 영국 글래스고 출국 전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교도·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회의 개최지인 뉴욕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1.1.529·오미크론) 유입으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 직접 참석을 취소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화상 연설로 이를 대체할 예정이며, 데라다 미노루 일본 총리 보좌관(중의원)이 대신 참석해 협정문 작성 등 실무 업무를 진행한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 23일 기준 최근 7일 평균 1만261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 중 오미크론 감염자의 비율 역시 18%(델타 변이는 79%)에 달한다. 

한편, 기시다 일본 총리는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구인 히로시마현을 방문하는 일정 역시 취소하고 자국의 코로나19 확산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미 일정 포기가 결국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그간 NPT 회의에 일본 외무상이나 외무성 고위 관계자 등을 파견해왔기에, 지난 21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직접 NPT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었다. 

실제,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10월 취임 후 조기 방미와 대면 방식의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해왔지만, 여러 요인으로 일정 조율에 난항을 겪자 조바심을 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 초 총선 일정이 끝나자마자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조기 방미 의사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타진하기도 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11월 하순을 목표로 방미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지만, 미국 측이 오미크론 변이 유입과 국내 정치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대면 만남을 미루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역시 앞서 4월과 9월 한 해 두 차례나 워싱턴DC를 방문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것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일 지지통신은 '방미 결정되지 않아 안달복달...기시다 총리, 정기국회 앞 (방미) 겨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첫 방미 일정이 굳어지지 않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어 "기시다 일본 총리가 결국 연내 방미를 단념하고, 내년 1월 17일 일본 정기국회 소집 이전에 방미를 실현하고 싶어한다"고 부연했다. 실제, 해당 보도 다음 날 기시다 일본 총리는 NPT 회의 참석 의사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