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꿨나?] ⑬학교에서 케이팝을 배운다면?...일본서 찾은 '미래 아티스트' 발굴의 대안
올해 4월 정규 교육과정 신설 후 두 학기 만에 17명으로 늘어
"꿈을 꾸면서도 장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케이팝 트레이닝
아사히신문은 이날 입학한 학생들의 커버댄스·보컬 무대와 인터뷰를 자세히 전하면서 자국의 K-POP(케이팝) 열풍의 단편을 소개했다. 이후에도 코리아국제학교의 케이팝 코스는 우리나라의 국제 보도는 물론, 일본 NHK와 ABC(아사히방송) 등에서도 여러 차례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탔다.
이에 본지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리아국제학교와 만나봤다. 본지는 약 2시간에 걸쳐 코리아국제학교의 김정태 교장과 후지사와 게이코 케이팝 코스 코디 교사, 현재 케이팝 코스에 재학 중인 중학교 3학년 다케나카 미즈키양과 고등학교 1학년 가토 하루군에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케이팝이) 인기가 있기 때문에 동아리라든가 개인적으로 하는 경우(취미 등)는 많지만, 학교에서 정식 과정으로 생긴 것은 처음이 맞습니다. 간혹 고등학교 과정을 두고 있는 전문학교에서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우리 학교와 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이러한 교육을 병행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코리아국제학교가 일본에서 케이팝 인재를 키우는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지'라는 권언을 들은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케이팝이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세계로 퍼져가는 인재를 키우는 코리아국제학교의 교육 이념과 딱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또한 한국과 북한으로부터 각각 지원을 받는 기존의 한국학교와 조선학교가 아닌 '새로운 민족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개교 과정에서 어느 정부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도 고려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과 북한, 어느 한쪽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처럼 '분단된 민족 교육'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세기 형성된 국가주의적인 가치관은 이 시대 재일동포들에게 알맞지 않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재일동포들은 이제 한국과 북한, 일본의 국경을 넘어선 존재입니다. 일본의 기존 학교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남도 북도, 일본도 해외도, 세계도 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으로 떳떳한 자기를 가지고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코리아국제학교의 교육 과정도 국가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어학 과목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한국어나 조선어가 아닌 '코리아어'와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를 각각 매주 5시간과 7시간, 4시간씩 할애하고 있다.
또한 재일동포의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한 '재일코리안사' 과목과 다문화 교육, 시사토론 등은 필수 과정 중 하나다. 재일동포(전체 학생의 40%)와 일본인(30%), 한국과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모이면서 최소 2개 국어에서 4개 국어를 사용하는 학교 환경을 고려한 커리큘럼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에 따른 문화적 충돌을 막고 균형 잡힌 교육을 실현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교육의 성과로 재학생 규모도 2008년 27명에서 70명가량으로 늘었고, 졸업생들도 70%가 일본 대학에, 나머지는 한국과 영어권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입시 성적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 교장은 당시 오디션이 무려 6시간이나 이어진 강행군이었다면서도, 이날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에 케이팝 코스를 자교에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10~20살 청소년들이 부끄럼 없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에, 그리고 잘하지 못하는 한국어를 더듬더듬 한마디라도 열심히 말해보려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그날 바로 오디션장에 한데 모인 오사카 케이팝 댄스스쿨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고 교류 협정을 진행했다. 또한 현재 케이팝 코스 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후지사와 교사와도 처음 만나게 됐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코리아국제학교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케이팝 코스에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처음 5명이 모였던 '스몰 스타팅(small starting)'은 지난 4월 올해 1학기를 시작할 당시 13명으로 불어났고, 올 가을 2학기는 17명이 함께했다.
올해 시작한 케이팝 코스는 코리아국제학교의 유명세에도 도움을 줬다. 과거 전체 재학생의 20% 수준이었던 일본인 학생들은 불과 1년 사이 10%p(포인트)나 늘어났고, 전체 재학생들 사이의 문화 교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아주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며 세계로 나아가는 학생을 키우기 위해선 여러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언어와 국제 관계를 중심으로 교육했지만, 이제 우리가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케이팝'입니다.
저희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꾸면서도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또 이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케이팝 코스에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아닌, 코리아국제학교에 입학한 다음, 그리고 학교를 떠난 다음을 내다보고 교육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만들어왔습니다.
경영학 연구자인 후지사와 교사는 일본 도시샤여자대학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론'과 케이팝의 미디어 전략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아시아 글로벌 전략' 등에 출강하고 있다. 또한 코리아국제학교에서는 케이팝 코스 재학생들의 전반적인 일과 생활을 관리하고 각 수업과 활동에 필요한 강사를 초빙하는 등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조율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과거 연구 과정 중 한국에서 아이돌 연습생 활동을 하다 온 일본인분들을 상담하며 숨어있는 어려움들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코리아국제학교 케이팝 코스를 맡기로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한국 케이팝 산업계에 가서 (어려운 일들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어요. 케이팝을 꿈꾸는 일본의 많은 아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거기에 적응하려면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후지사와 교사는 케이팝 코스 학생들을 위해 '종합적인 교육'을 준비했다. 연예계 진출과 아이돌 데뷔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닌, 이후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아이돌 활동을 할 경우까지 대비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학생들이 아이돌을 꿈꾼다고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작곡을 비롯해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가르쳐야 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역사, 업계의 상식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폭넓게 교육하려고 합니다.
특히 교육기관으로서 코리아국제학교가 상업적인 케이팝 인력 양성 시스템과 차별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학생들의 미래'였다. 케이팝 코스가 학생들의 미래를 여러 방향으로 열어두고 어떤 방향에서라도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한국 대학에 케이팝 코스 커리큘럼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자신의 꿈을 꾸면서도 장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이 한국 학생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하는 일 자체도 어렵지만, 연습생으로서 데뷔를 할지도 모르고, 데뷔를 한다고 해도 아이돌로서 인기를 얻을지도 모르고요. 학생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연출가나 조명·음향 기술자와 같이 인접 업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케이팝 코스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