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공급병목 장기화 시 국내 인플레 압력 높아질 것"

2021-12-21 12:12
21일 '공급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BOK이슈노트 발표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부[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나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BOK이슈노트(공급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올들어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병목현상이 빚어지면서 주요국 물가 오름세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주요국에 비해 물가상승압력이 크지는 않으나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보다 장기화될 경우 국내에도 영향이 광범위하게 파급되면서 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물가전망 역시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CPI 상승률 전망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올해 4.1%(전년 대비), 내년 2.9%로 내다봤으나 이달들어서는 올해와 내년 나란히 4%대(21년 4.6%, 22년 4.2%)를 유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국 역시 12월에 접어들면서 내년도 CPI 상승 전망치가 2.7%에서 4.1%로 큰 폭 상승했다. 

최근의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공통요인으로는 '에너지'가 꼽혔다. 특히 내구재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공급병목이 에너지 등 글로벌 공급망의 업스트림과 물류 등 다운스트림으로 확산되며 전방위적 물가상승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한은 측 시각이다. 

한은은 "가뜩이나 물류 차질로 공급망 전방의 유통속도가 저하된 가운데 에너지와 노동력 부족 등은 생산단계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병목현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증대된 상태"라며 "여기에 미중갈등과 같은 정치적 요인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단기간 내 공급병목 해소를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공급병목이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 수급불균형은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을 통해 직접적인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전력난 등을 통해 여타 부문의 공급차질을 야기함으로써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인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차질로 인해 육류를 중심으로 크게 오른 축산물가격은 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가격 및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나라 외식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0.8%에서 올해 3.7% 수준으로 여타 주요국(미국 3.5→5.4%, 캐나다 2.3→3.8%, 독일 1.8→3.8%)과 비교해서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내구재가격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상물류 지체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승폭은 제한적이나 점차 공급병목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의 임금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크지 않은 편이며, 최근 건설자재가격 급등으로 주거시설 유지·보수요금 상승폭이 다소 확대되었으나 주거비에 대한 파급효과가 미미해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은 측은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등 일부 내구재를 중심으로 공급병목의 물가 영향이 점차 나타나는 가운데 목표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지속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공급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