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건노조 "의료현장은 아비규환…일상회복 2주 멈추고 체계 재정비"

2021-12-13 16:30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점검 및 현장 증언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매일 상황이 점점 악화될 뿐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 붕괴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환자를 돌볼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 여파로 의료대응체계 붕괴 우려마저 나오는 등 의료대응체계가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2주간 잠정 중단하고 정부와 공공의료, 민간의료가 함께 총력대응체계를 구축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병상과 의료 인력을 준비해놓고 일상회복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상회복을 먼저 시작한 뒤 급격히 확진환자가 증가하니 부랴부랴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며 "병상은 어떻게든 마련한다 하더라도 인력이 없어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돌보다가 일반 환자 치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됐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이번에 5번째 대유행을 맞았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번번이 아무런 준비를 안 했고, 땜질식으로만 대응했다"며 "대유행이 끝날 때마다 더 이상 대유행이 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거나, 백신 접종을 하면서 접종률을 높이면 코로나가 일정 정도 해결될 것이라 오판하면서 준비를 잘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제라도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장기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2주만 멈추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의료, 민간의료가 함께하는 총력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의료기기관의 10~15%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확보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총력대응체계를 구축해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일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의료진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 간호사, 근무 중 화장실 한번 못 간다"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의료 인력은 이미 한계치에 접어든지 오래다. 근무 중 끼니를 거르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을 한 번도 못가거나 물도 한잔 못 마시는 상황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땜질식 인력 충원만 이뤄질 뿐 체계적인 교육 등 간호 인력을 확보할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미화 전남대병원지부 정치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남대병원에선 간호사 1명으로 4명의 위중증환자를 돌보도록 하고 있다"며 "중환자 4명을 동시에 돌보려면 근무 중 물 한번을 못 마시고, 화장실 한번을 못간다"고 밝혔다.

김 정치부장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지고, 시력이 나빠지는 등 여러 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증상에 따라 간호사가 적절한 검사와 시술 등을 제공해야 하고 또 끊임없이 모니터링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자와 간호사 모두에게 비치료적이고 비인권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소아중환자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운영 병상을 절반으로 축소한 뒤 간호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식사는 당연히 포기한 상태고 업무를 지원해줄 인력도 없다"며 "충분한 간호를 두 명에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낀다. 정부가 병원과 의료 인력을 소모품이자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의료 현장은 아비규환이다"라며 "11월 1일 정부가 단계 일상 회복 정책으로 전환한지 채 1달이 되지 않았는데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5000명을 넘더니, 지금은 7000명 안팎을 기록 중이다. 다시 병상 부족과 의료인력, 특히 간호사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의료체계붕괴까지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함평엑스포공원 주차장에서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들이 줄을 서 있다. 전날 함평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발생해 방역 당국은 읍민과 손불면민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사진=연합뉴스]


◇ "재택치료 시행 12일째…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 병상이 포화됨에 따라 지난 1일 모든 확진자를 재택치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 지부장은 "재택치료자에게 전화해보면 재택치료 키트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하는 환자가 반이나 된다"며 "시행한지 12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재택치료를 시행한 이후 생활치료센터 병상은 반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고도비만,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 환자들은 준중증 병상으로 가야 하는데 병상이 부족해 자택 대기만 하고 있다. 의료진이 있는 생활치료센터조차 입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분들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지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 일대 [사진=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 "2주간 일상회복 멈춰야"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을 준비 없이 진행했다고 지적하며 2주간 일상회복을 멈추고 장기적인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준비 없이 진행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위드코로나로 나아가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손실 보상을 100% 수준에서 보상하는 방안을 전제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잠시 멈춤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대응과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컨트롤 타워 재정비 △대응병상 배정 및 병상 운영의 효율성 제고 △재택치료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 △병상 및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수립 △민간의료기관 긴급 동원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