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의 블라인드] 권익위 "국민 투표로 선정했습니다만..."
2021-12-14 00:00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일 '국민 일상을 바꾼 제도개선 10선'을 발표했다. 최우수 사례는 '주택 중개수수료 및 서비스 개선'이었다. 권익위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투표로 얻은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남녀노소를 아우른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다. 풍선효과로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올랐지만, 격차는 더 커진 탓에 내 집 마련이나 이사는 쉽게 엄두가 안 난다.
집값이 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양도소득세(양도세) 등 세금과 중개수수료의 요율도 논쟁거리가 됐다.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자를 중심으로 당정에서 논의 중인 세금 문제를 제외하고, 정부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주택 중개수수료 요율을 인하했다. 중개업자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국민 부담 경감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당시 권익위는 중개수수료 개선에 이어 '아동급식 사각지대 개선', '성범죄 경력 관련 행정정보 공동이용 확대' 등 순으로 국민 공감대가 컸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국민 1795명이 참여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례별 득표수는 알려줄 수 없다고 잘랐다.
국민 1795명 외에 권익위 직원도 일부 참여해 순위를 매기는 데 영향을 줬고, 이는 실제 득표수와 5~10표가량 차이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순수하게 국민 투표만으로 순위를 매긴 게 아니라고 시인한 셈이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는 '아픈 손가락'이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얘기가 있듯이 부동산 시장은 살짝만 건드려도 시한폭탄처럼 움직였다.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 시선이 늘 집중돼 있다.
권익위도 이런 분위기를, 부동산 관련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면 국민 관심이 배가 되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어쩌면 정부가 부동산 관련해서 올리기만 한 게 아니라 '낮춘 것'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목적이나 의도가 어찌 됐든 난데없이 투표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세부 내용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한 것은 정부 입맛에 맞춰 국민을 기만한 행위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