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만 1300만원인데…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 펜트하우스

2021-12-11 09:00
펜트하우스, 분양단지마다 최고경쟁률
고급주택 공급 막히자 희소성 더 커져

나인원한남 [사진=디에스한남]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관리비만 연 1000만원이 넘는 90억원대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지드래곤이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 펜트하우스는 매월 관리비만 109만원으로, 1년으로 환산하면 13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주택이다.

그는 펜트하우스에만 제공되는 전용차고와 엘리베이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보호에는 최고라는 이유에서다.
 
펜트하우스, 고급 주거공간 그 이상의 의미
대한민국 상류층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펜트하우스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고층 아파트나 호텔 등 최상층에 위치한 고급 주거공간을 의미한다. 

보통 한 개 층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외부에 노출되거나 간섭받는 것을 꺼리는 연예인이나 재벌이 펜트하우스를 주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펜트하우스의 장점은 많다. 최상층에 위치한 만큼 막힘 없이 확 트인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다. 상류층들은 자신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최고급 자재와 인테리어를 사용해 자신만의 주거공간으로 꾸미기도 한다.

펜트하우스가 아무리 높은 가격에 공급되더라도 쉽게 팔리는 이유다.
 
초대형에서 중대형으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펜트하우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들어선 'LG한강자이'가 펜트하우스의 시초로 꼽힌다. 당시 전용면적 304㎡와 307㎡ 규모로 단 4가구만 들어서는 초대형 크기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 강남권 한복판에 300㎡를 웃도는 펜트하우스가 잇따라 들어섰다. 고급 주상복합단지의 상징으로 분류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54층에 전용 301㎡ 펜트하우스가 공급됐다.

이후 삼성동 '아이파크'와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등 서울 고급 주상복합단지마다 펜트하우스가 줄줄이 등장했다.

초기 펜트하우스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건설사들도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빼면서 펜트하우스 공급을 주저했다.

당시 기술로는 단열도 부족했다. 집안에 곰팡이나 결로가 생기기 쉽고 승강기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펜트하우스가 '금의환향'했다. 다세대 주택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형 건설사가 지은 '크고 넓고 잘 꾸며진 아파트'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진 덕이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단열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이뤄지고 일조권, 조망권이라는 장점이 떠오르면서 '초로열층'으로 인정받고 있다.

펜트하우스의 대중화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동안 지나치게 비싼 가격 탓에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각 건설사들이 면적을 '다운사이징'하면서 실수요자를 겨냥해 인기를 얻고 있다.

건설사들이 전용 100㎡ 중반 규모로 펜트하우스를 내놓으면서 접근성이 개선됐다. 서울 강남 등 부촌을 중심으로 생겨났던 펜트하우스가 현재는 대구, 속초, 순천 등 지방 아파트로 확산하면서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평균경쟁률 웃도는 펜트하우스…없어서 못 판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및 리얼투데이]

최근 펜트하우스는 분양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3월 분양한 인천 미추홀구 '시티오씨엘3단지'의 최고 경쟁률은 전용 136㎡ 펜트하우스가 차지했다. 

최상층에 위치한 이 펜트하우스에는 침실과 거실 등을 통해 오갈 수 있는 테라스가 총 5개가 있다. 단 2가구 모집에 122명이 몰려 경쟁률은 61대 1을 기록했다. 

단지 전체 청약 경쟁률이 평균 12.6대 1인 점을 감안하면 펜트하우스의 경쟁률이 5배가량 높았다.

지난달 GS건설이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송도자이 더 스타'도 최고 경쟁률은 전용 133㎡P타입의 펜트하우스에서 나왔다. 

1가구 모집에 102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돼 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13.1대 1이었다.

펜트하우스 분양열기는 아파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주거형 오피스텔에 공급되는 펜트하우스도 인기다.

지난 8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충북 청주시에 분양했던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의 평균 경쟁률은 862대 1이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165㎡ 펜트하우스에서 나왔다. 2실을 공급했는데 1만2007건의 청약접수가 이뤄지며 평균 6004대 1의 로또 같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류층 겨냥한 고급주택 수요, 당분간 계속"
펜트하우스의 뜨거운 분양열기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파주운정신도시에 짓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오피스텔)'의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평균 1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였던 유닛은 펜트하우스인 147P㎡형으로 평균 5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관리제도의 영향으로 인해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주택 공급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다"며 "고급주택 공급이 거의 없다 보니 아파트 대체상품인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까지 상류층의 수요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