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임상시험 '결과' 나와야 공시허용한다…공시 가이드라인 변경
2021-12-08 16:36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던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 관련 공시 가이드라인이 수정된다.
그동안 임상이 종료되면 종료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공시를 했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종료 보고가 아니라 임상의 결과를 받아 이를 공시해야 한다. 또 기술이전 계약이 있다면 상대방의 국적과 설립일자, 매출액 등 세부적인 정보를 함께 공시해야 한다.
지난 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이런 내용의 수정안을 반영한 '제약·바이오 업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은 앞서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가 도입을 결정한 규제로 내년 2월부터 정식 적용된다.
거래소는 가이드라인 정식 적용을 앞두고 시장의 의견을 수용해 임상에 대한 공시 부분을 수정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이 임상시험을 끝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종료보고서'를 제출하고 이 내용을 공시했다. 하지만 바뀐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상이 끝나면 바로 임상시험종료보고서를 공시하는 게 아니라 임상시험 수탁기관에서 받은 '임삼시험결과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임상 결과를 공시할 때는 일반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임상 관련 주요 내용(임상 진행 경과, 임상시험 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 임상 결과, 기대효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충실하게 기재해야 한다.
임상 종료가 아니라 임상 결과를 공시하도록 한 조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일부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은 임상 돌입과 종료 소식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제 임상 결과를 일반투자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공시하게 되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거래소는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공시 가이드라인도 수정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계약 금액이 자기자본이나 매출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면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자산이 2조원 넘는 상장법인은 기준이 5% 이상으로 강화된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할 때 계약 상대방에 관한 국적과 설립일자,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등 세부 정보를 함께 공시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일부 상장법인이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나 소규모 합작회사를 만든 뒤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고 공시해 주가를 띄우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계약 상대방이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소규모이거나 기술을 이전받더라도 그 대가를 모두 지급할 여력이 처음부터 없었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강화에 따라 계약 상대방에 대한 공시 부분이 강화되면 이런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법적 규제는 아니지만 위반할 경우 거래소에서 거래정지 등 제재를 받는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내용을 공시가 아니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먼저 시장에 알릴 경우에도 거래소의 제재 대상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주는 대부분 '작전주'가 아니냐는 오해를 살 만큼 불성실한 공시가 많았다."며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해 업계의 공시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