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엔씨, 주가 너무 올라서 순손실 356배 늘었다 왜?

2021-12-07 15:07
CB 발행때 8000원하던 주가 4만8850원 급등하자
발행가-주가 차이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로 잡혀
다만 리픽싱 조항 지우면 전환권→자본으로 분류
CB 사들인 기관과 '리픽싱 삭제' 동의해 손실 지워

[한국비엔씨 CI]



최근 한국비엔씨가 기존에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있던 리픽싱 조항(전환가액 조정)을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 삭제했다. 리픽싱 조항이 삭제된 해당 전환사채의 이자율은 0%다. 처음부터 주식 전환을 염두에 두고 발행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이 없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투자자가 리픽싱 조항을 삭제하는 데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비엔씨 3분기 당기손실 1848억원…한 분기만에 356배 증가

리픽싱 조항 삭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리픽싱 조항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회사 측은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미 해당 전환사채의 리픽싱 때문에 한국비엔씨는 지난 3분기 대규모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을 입었다. 

12월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비엔씨는 지난 3분기 2279억원 규모의 금융비용을 치렀다. 지난 2분기에는 6억원에 그쳤던 금융비용이 한 분기 만에 356배나 증가했다.

3분기 금융비용의 대부분은 1916억원 규모의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이다. 이는 2분기에는 3억원에 불과했다.

이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은 한국비엔씨가 지난 4월 9일 발행한 3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다. 

지난 2분기 누적으로는 전혀 없던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이 한 분기 만에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비엔씨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18억원에 불과하지만 당기순손실은 1848억원에 달한다. 이익잉여금 손실도 크게 증가하면서 이론상으로는 자본잠식에 빠진 셈이다.
 
당기손실 이유는 전환사채 리픽싱에 따른 파생상품평가손실

하지만 이런 손실은 실제 현금의 유출입이 없는 회계상의 손실이다.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도 미실현이익이기 때문에 실제 자본잠식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당기순손실로는 잡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한국비엔씨는 재무제표상 적자가 누적되면서 향후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다. 

이는 전환사채의 리픽싱 조항을 제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이 있는 전환사채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오르면 그 차액만큼 회계상 평가손실이 된다.

지난 4월 발행한 한국비엔씨 제2회차 전환사채는 권면총액 350억원 규모에 전환가액은 7620원에 발행했다.

문제는 회사의 주가가 너무 올라버렸다는 점이다. 사채 발행 당시 약 8000원 선이던 한국비엔씨의 주가는 3분기 회계 기준인 9월 말에 4만8850원으로 약 510%나 올랐다. 그 결과 한국비엔씨는 4월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에 따라 대규모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을 입은 것이다.
 
리픽싱 지우면 손실도 사라져…주가 충분히 올라 투자 손실 우려도 적어

하지만 전환사채의 리픽싱 조항을 지운다면 전환사채의 전환권은 자본으로 분류되고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은 사라진다.

해당 전환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는 NH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제이씨에셋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이다. 이들이 리픽싱 조항 삭제에 동의한 것은 주가가 이미 충분히 올라 전환가액보다는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비엔씨의 주가는 2만3000원대로 전환가액 7620원의 3배가 넘는다. 전환청구 기간은 오는 2022년 4월 13일로 이때가 되더라도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하지만 않는다면 리픽싱이 없는 전환사채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편 한국비엔씨는 지난 4월 에셋원자산운용을 상대로 발행한 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CPS)에 부여된 리픽싱 조항은 삭제하지 않았다. 상환전환우선주도 전환사채와 마찬가지로 리픽싱 조항에 따라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환사채 리픽싱 조항 삭제는 알고 보면 호재인 경우가 많다"며 "리픽싱 조항을 남겨둘 경우 회사의 주가에 큰 부담이기 때문에 전환사채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면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