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5시] "말 그대로 쑥대밭"...​'인천 층간소음 살인미수'에 도미노 직위해제

2021-11-27 08:00
김창룡 청장, 책임 통감하며 연일 사과 행보

김창룡 경찰청장이 11월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논현경찰서 앞에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으로 경찰이 쑥대밭이 된 모양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이 직위해제(경찰 신분은 유지하면서 직무담임 해제)됐다.   

들끓는 비판 여론에 경찰 내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경찰청은 지난 24일 대기발령 조치된 논현경찰서 소속 지구대의 A 경위와 B 순경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했다. 이들의 지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논현경찰서장은 이미 직위해제됐다.

경찰은 곧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접수한 112신고 관련 감독자도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경위와 B 순경은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출동해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해자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자, 현장을 통제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가해자를 피해 현장을 이탈했다. 그 결과, 피해자 중 아내 C씨는 중상을 입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각 지구대에서 시행 중인 현장 대응 메뉴얼에는 범인이 흉기를 든 상황일 경우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여경은 지원 요청을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현장에서 벗어났다. 

현재 경찰은 가해자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한 상태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48)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들의 주거지를 수차례 방문한 점 등을 토대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했다.
 
지난달 21일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한다.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어떤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에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스토킹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받게 된다.
 
김창룡 청장, 인천 논현경찰서 방문해 책임 통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담당한 논현경찰서를 찾아 경찰 부실 대응 논란에 재차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논현경찰서 112상황실 및 형사과 등 수사부서와 지구대, 파출소 소속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위험에 빠진 국민이 경찰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정말 무겁게 생각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실전 위주의 훈련을 통해 자신감과 당당함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한 정신교육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찰청은 현장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신임 경찰관 1만여명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테이저건이나 권총 사격 훈련을 포함한 물리력 행사훈련과 경찰 정신교육이다. 특별교육은 총 16시간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현장 경찰관 7만여명을 대상으로 테이저건 실사훈련도 진행한다.
 
경찰, 현장 도망 논란에 新전자충격기·대체총기 도입
경찰은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한국형 전자충격기’, ‘저위험 대체총기’ 등을 조기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 대응 강화를 목적으로 기존 전자충격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한 한국형 전자충격기 100정을 지역에서 선발된 경찰 100명에게 지급한 뒤 시범 운용하고 이후 확대 보급을 결정한다. 시범 운용은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실시된다.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미국 테이저건과 비교해 크기는 작고 무게도 가볍다. 리볼버 방식으로 3연발도 가능하다.

경찰은 저위험 대체총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안전성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국회 상임위원회에 결과 보고서를 내고, 현장 실증과 시범 운용을 거쳐 도입할 계획이다.
 
저위험 대체총기는 국내 최초 9㎜ 리볼버(탄창이 회전식으로 되어 있는 권총) 타입의 신형 스마트 권총이다. 공포탄, 저살상탄, 보통탄(실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실탄의 10% 정도의 물리력을 가진 저살상탄의 경우 범인은 제압하면서도 인명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은 전자충격 다단봉과 장갑 등 범인 검거 장비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