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 2.3%…유가상승 등 파장 클 수 있어"
한국은행이 국제유가 급상승 속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 등 영향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수출과 투자, 민간소비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0% 수준을 유지했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물가 상승률을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0% 수준으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 영향이 점차 줄어들면서 올해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병목 영향이 일부 반영돼 오름폭이 확대돼 올해와 내년 각각 1.2%, 1.8%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 상향 배경에 대해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확대됐고 여기에 수요측 물가상승압력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상승 압력이 여타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면서 "일례로 2% 이상 상승한 소비자물가 품목 수가 연초에 비해 크게 늘어났고 그중에서도 수요측 물가압력을 나타내는 소위 근원품목 비중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예상치는 4.0%로, 지난 8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봤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는 전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확대되면서 경제활동 제한이 점차 완화되고 국내에서도 역시 올해 말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활동 제한 완화 기조가 지속될 것을 전제로 했다.
이 총재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유행할 수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감안해서 결론을 냈다"며 "(최근의) 재확산 영향을 어느 정도 감안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정부 방역대책은 과거와 같이 강도높은 이동 제한이나 영업제한 등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경제활동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여러 뱡역지침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대외 여건 전망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에는 회복흐름이 다소 주춤하겠으나 4분기 들어 글로벌 공급차질이 점차 완화되면서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신흥국 또한 백신접종 확대에 힘입어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치는 5.5%, 4.3% 수준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 당 80달러 내외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는 경기회복 등으로 수요가 크게 증대된 반면 미국과 OPEC+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은 이에 못 미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EIA 등 주요기관들 역시 내년 이후 주요 산유국의 생산 확대에 힘입어 수급불균형이 완화되겠으나 그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역시 10월 이후 안정된 모습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거시경제 전망을 살펴보면 백신접종 확대 및 방역정책 전환으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문별로는 대면서비스 소비가 민간소비를 주도하고 국외소비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 역시 향후 소비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 및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중 내수와 수출 순성장 기여도는 각각 1.9%포인트, 2.1%포인트로 전년 대비 상승 전환하는 한편 내년에는 내수 기여도가 확대(내수 기여도+2.2%포인트, 수출 +0.8%포인트)될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성장경로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상방리스크로는 전세계적인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신흥국 백신접종 확대, 글로벌 공급차질 조기 해소 등이 거론됐고, 반대로 하방 리스크로는 겨울철 국내외 감염병 확산세 심화, 글로벌 공급 차질 장기화, 중국경제 성장세 둔화 등이 언급됐다.
고용부문에서는 경기회복 속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의 경우 IT부문 성장세 둔화 등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통해 취업자 수가 올해와 내년 중 각각 35만명, 25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920억달러, 8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에는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개선으로 흑자규모가 확대되겠으나 내년에는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흑자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5%대 초반에서 내년 4%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