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조 투자 해결사 이재용…삼성 ‘시스템반도체 1위’ 정조준
2021-11-24 18:14
가석방 조건으로 꺼낸 ‘총수 역할론’…테일러시 공장 부지 결정으로 첫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71조 투자…메모리 이어 시스템도 글로벌 1위 박차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71조 투자…메모리 이어 시스템도 글로벌 1위 박차
삼성전자가 6개월 넘게 진척이 없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공장 부지를 24일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과 동시에 확정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8월 정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근거로 제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 미션을, 이 부회장 스스로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완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지난 2019년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메모리반도체 1위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도 성큼 다가서게 됐다.
이 부회장은 24일 오후 4시경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좋은 출장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테일러시 파운드리 관련)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며 대내외 악재 속 새로운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20년 1월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는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반도체 관련 진취적인 행보를 다짐했다.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설비인 EUV(극자외선)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가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지 불과 11일 만에는 과감한 투자도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240조원 투자 계획의 첫 단추가 이번 테일러시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꿰어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침은 정했지만 입지 선정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워싱턴D.C를 방문,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하며 최종 부지 선정이 가시화됐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반도체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앞서 정부가 주문한 ‘삼성 총수 역할론’에 적극 부응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그의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백신 확보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며 “이런 국민 요구가 있으니 이 부회장이 이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여 만에 나왔다”며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