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핀테크협회장 "한국 핀테크, 규제보다 육성해야"…전금법 통과 촉구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카카오페이 대표)이 24일 한국 핀테크 시장에 대해 규제보다는 육성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사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핀테크에 과도한 특혜를 줬다며 반발해왔고,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울어진 운동장' 인식에 동의했다. 류 회장의 쓴소리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강화된 규제로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류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금융기관이나 글로벌 핀테크 시장과 비교해 아직 한국 핀테크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유니콘을 넘어 더 강력한 드래곤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나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핀테크가 규모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류 회장의 생각이다. 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회사 하나당 종사자수가 1만명을 넘는 것과 대비해 핀테크 회사 하나당 종사자수는 35명 남짓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은행권은 지난해 10조원을 넘기며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였지만 핀테크는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협회에서는 핀테크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통과를 꼽았다. 장성원 협회 사무처장은 '동일규제 동일기능' 논란과 관련해 디지털 금융 발전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가 반영된 전금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사무처장은 "전금법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디지털 금융 기본법'으로 핀테크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산업 전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스몰 라이선스 도입으로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이 원활해지면서 소비자의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선스의 특성상 수익의 구조나 보장받는 혜택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표면의 기능만을 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논란이 된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제외하면서라도 하루빨리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종지업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의 가장 첨예한 대립이라면 (종지업을) 빼고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전금법 개정안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권의 새로운 규제와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등 중요한 내용이 많아 우선순위로만 보면 종지업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 플랫폼 규제에 있어 새로운 규율 체계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김시목 협회 감사(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온라인 금융 플랫폼 서비스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맞춤형 규율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해당 상품의 제조·판매업자 사이트로 아웃링크 이동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의 오인·혼동 우려가 적어 규제 필요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상품별 금융 플랫폼 진입규제 신설 및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감사는 "금소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고객 맞춤형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중개로 해석되다 보니 기존에 하던 비즈니스를 내리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9월 이전에 사용했던 서비스와 지금의 서비스를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망 분리 규제로 핀테크의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정인영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디셈버자산운용컴퍼니 대표)은 "망분리 규제로 모바일 개발 시에 필수적인 오픈소스나 라이브러리 사용이 제한돼 개발자들이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이젠 핀테크 기업을 꺼린다"며 "핀테크 업권 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개발 단계만 망분리 예외로 하는 등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