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공급망 안정, 새로운 국가적 의제
2021-11-22 06:00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함을 강조하는 표현이지만, 하루하루 시급한 과제들에 전념하다 보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사전에 예측해서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와 같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집중했던 세계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전환이라는 중장기적 시야를 갖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21년 하반기에 찾아온 요소수 사태가 그랬다. 요소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대중들도 요소수가 없으면 많은 경유차가 멈춰서고, 물류대란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은 더더욱이나 미리 알 수가 없었다. 특정 소재를 한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이토록 위험한 일일 수도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소를 잃어보니, 외양간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장기화 요인
첫째, 신흥개도국들의 공급불안이 하나의 요인이다. IMF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불균형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진전되고, 신흥국이나 저소득국들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 경제가 뚜렷하게 회복되고는 있으나, 선진국들의 것이지 신흥국들은 전혀 그 회복세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은 소비의 주체이고, 신흥국은 생산의 주체로 글로벌 분업구조가 형성되어 왔다. 즉, 선진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나 부품을 신흥국들로부터 조달받는 구조다. 선진국 중심으로 수요는 뚜렷하게 회복되고는 있으나,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로 신흥국의 공장은 여전히 셧다운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둘째,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 적어도 향후 수십년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각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나가고 있다. 탄소세와 탄소국경조정세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고, 탄소배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앞세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즈니스 행보를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필수 소재인 주요 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수소산업 등의 영역에 리튬, 흑연,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셋째, 주요국들은 의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깨고 있다. GVC(Global Value Chain)에서 RVC(Regional Value Chain)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주력산업의 내재화 전략(Internalization Strategy)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폭되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위생방역 용품 수급에 차질이 있었고, 마스크를 비롯한 주요 품목들의 공장을 리쇼어링 하기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라 해외 부품 수급의 차질로 선진국의 완제품 생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서도 글로벌 분업구조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에서는 리쇼어링 전쟁이 본격화되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중국, 대만, 유럽 등의 반도체 강국들이 반도체의 전 품목과 전 공정을 내재화하는 데 경쟁이 집중되는 ‘반도체 신냉전 체제’에 진입하고 있음을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에서 강조한 바 있다. 실제 2021년 해외직접투자가 산업설비보다는 인프라 영역에 집중되었고, 더욱이 고소득국가로 편중되게 유입되었다.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섰고, 현대차그룹도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넷째, 미·중 패권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장기화할 요소로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시대의 미·중 무역분쟁은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었다. 바이든 시대의 미·중 갈등은 진영 대 진영의 싸움으로 진화했다. 미국의 우방국 진영과 중국의 우방국 진영이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의적 정서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에는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더욱 강경하게 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 주석도 2022년 하반기에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미국의 맹공에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방국들은 중국 우방국들로부터 조달받는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 어디까지 확대될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공급망 리스크가 어디까지 확산할 것인가다. 요소뿐만 아니라, 원자재 전반에 걸쳐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공급망의 구조상 수입선이 막힐 경우 대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합금에 들어가는 소재로, 자동차, 스마트폰, 전자제품, 건축자재 등으로 사용된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 수입이 막히면, 배터리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9년 일본의 갑작스런 공급차단으로 수급에 제동이 걸렸던 3대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소부장 정책(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입액 중 8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 새로운 국가적 의제
공급망 안정은 국가적 의제가 되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미국의 대응사례만 보아도 얼마나 공급망 이슈를 중대한 의제로서 고려하고 있고,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범정부 ‘무역기동타격대(Trade Strike Force)'를 설치했다. 미국 공급망을 훼손하는 외국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위기 시 실시간으로 대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해외 투자를 확대해 미국의 중요 광물자원 생산능력을 증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기구를 구축하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급구조에서 탈피하며,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구조적 대응이 검토되어야 한다.
물가 대란은 또 다른 서민의 고충이 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10월 생산자물가는 8.9% 올라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체감경기는 최악이고, 서민의 호주머니는 비어있는데 물건 가격만 이렇게 치솟으면 실제 소비 여력이 축소되고 삶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바우처 사업, 필수품 지원 등을 비롯한 취약계층 보조와 소비세 인하와 같은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2021년 하반기에 찾아온 요소수 사태가 그랬다. 요소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대중들도 요소수가 없으면 많은 경유차가 멈춰서고, 물류대란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은 더더욱이나 미리 알 수가 없었다. 특정 소재를 한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이토록 위험한 일일 수도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소를 잃어보니, 외양간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장기화 요인
둘째,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 적어도 향후 수십년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각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나가고 있다. 탄소세와 탄소국경조정세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고, 탄소배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앞세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즈니스 행보를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필수 소재인 주요 광물자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수소산업 등의 영역에 리튬, 흑연,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넷째, 미·중 패권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장기화할 요소로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시대의 미·중 무역분쟁은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었다. 바이든 시대의 미·중 갈등은 진영 대 진영의 싸움으로 진화했다. 미국의 우방국 진영과 중국의 우방국 진영이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의적 정서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에는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더욱 강경하게 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 주석도 2022년 하반기에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미국의 맹공에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방국들은 중국 우방국들로부터 조달받는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 어디까지 확대될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공급망 리스크가 어디까지 확산할 것인가다. 요소뿐만 아니라, 원자재 전반에 걸쳐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공급망의 구조상 수입선이 막힐 경우 대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합금에 들어가는 소재로, 자동차, 스마트폰, 전자제품, 건축자재 등으로 사용된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 수입이 막히면, 배터리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9년 일본의 갑작스런 공급차단으로 수급에 제동이 걸렸던 3대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소부장 정책(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입액 중 80% 이상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 새로운 국가적 의제
공급망 안정은 국가적 의제가 되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미국의 대응사례만 보아도 얼마나 공급망 이슈를 중대한 의제로서 고려하고 있고,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범정부 ‘무역기동타격대(Trade Strike Force)'를 설치했다. 미국 공급망을 훼손하는 외국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위기 시 실시간으로 대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해외 투자를 확대해 미국의 중요 광물자원 생산능력을 증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기구를 구축하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급구조에서 탈피하며,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구조적 대응이 검토되어야 한다.
물가 대란은 또 다른 서민의 고충이 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10월 생산자물가는 8.9% 올라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체감경기는 최악이고, 서민의 호주머니는 비어있는데 물건 가격만 이렇게 치솟으면 실제 소비 여력이 축소되고 삶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바우처 사업, 필수품 지원 등을 비롯한 취약계층 보조와 소비세 인하와 같은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