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박민지 3관왕 예약…​KPGA·KLPGA 2021시즌 정산

2021-11-21 06:00

김주형과 박민지(오른쪽). [사진=KPGA·KLPGA 제공]


코로나19 확산 2년 차.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무관중 2년 차다.

지난해는 감염병 창궐로 지각 개막을 했지만, 올해는 4월에 일정대로 시즌이 시작됐다.

먼저 시작한 것은 KLPGA 투어다.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으로 대장정의 막을 열었다. 개막전에서 웃은 건 이소미(22)다. 그는 장하나(29) 등을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남자 개막전은 강원 원주시에서 열렸다.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이다. 문도엽(30)이 후원사(DB손해보험)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이 없어도 묵묵히 자신을 후원해준 은혜를 한 방에 갚았다.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는 박민지(23)가 장하나와의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매년 쌓은 1승. 하지만, 다승이 없었다. 당시 그가 지은 표정이 6승의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KPGA 군산CC 오픈에 박찬호(48)가 등장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그가 티잉 그라운드 위에 올랐다. 그의 출전에 이목이 쏠렸다.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29오버파 171타 꼴찌(153위)로 둘째 날 짐을 싸야했다. 이 대회에서는 신인 김동은(24)이 우승했다. 그는 이 우승으로 신인상을 예약했다.

크리스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은 남녀 프로골프 투어 중에서 가장 먼저 열린 메이저 대회다. 당시 대회장인 사우스링스 영암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악조건(날씨) 속에서 아버지(박세수 씨)와 함께 난관을 극복한 박현경(21)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82년 고 구옥희(향년 57세) 이후 39년 만에 성공한 대회 타이틀 방어다.

제40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이 다시 남서울 컨트리클럽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올해도 아시안 투어를 빼고 대한골프협회(KGA) 단독 주관으로 진행됐다. 허인회(34)가 김주형(19)을 누르고 우승했다. 이때부터다. 김주형의 이름이 투어에 자주 언급됐다.

KPGA 코리안 투어는 이후 춘추전국시대라 불렸다. 다승자가 나오지 않고, 매 대회 다른 우승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6년 만에 2승 쌓은 문경준(39), 매치 플레이에서 우승한 이동민(36) 등이다.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는 '박민지 천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생애 첫 다승을 자신의 후원사 대회에서 기록했다. 그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천하를 활짝 열었다.

이후 박민지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4번째 우승을,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5번째 우승을 쌓았다. 2주간 열린 두 대회는 시청률이 치솟았다. 박현경과의 대결 때문이다. 무지개 언덕에서 박민지가 환하게 웃었다.

박민지는 우승할 때마다 "'매년 1승밖에 못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해 주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박민지는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시즌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월에서 7월 사이에 6승을 거둔 셈이다. 이후에는 우승컵을 쌓지 않았다.

임희정(21)은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2년 전 생애 첫 승을 거둔 대회다. 당시 그는 자신의 별명인 '사막여우'를 밝혔다. 그의 팬클럽(예쁜 사막여우)은 전국을 누비며 응원전을 펼쳤다. 갤러리가 없는 대회장 아치 밖에서는 서연정(26), 장하나 등과 비슷한 수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다연은 시즌 첫 대회부터 멘탈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최종 라운드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런 그가 메이저 우승컵을 들었다. 7월 한화 클래식에서다. 우승컵을 든 그의 표정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개운한 미소가 보였다.

장하나는 롯데 오픈에서 슈퍼맨처럼 망토를 두르고 빌딩(롯데월드타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생애 첫승을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거뒀다. 2012년이다. 그런 그가 9년 만에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다. 베테랑은 우승 이후에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9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은 지연과 순연을 반복한 최악의 날씨였다. 마지막 날 김주형이 33홀을 소화한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의 두 번째 우승이다.

김주형은 2주 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이준석(호주)과 격돌했다. 우승컵은 이준석의 몫이 됐다. 생애 첫 우승이다.

시즌 막바지에는 서요섭(25)이 등장했다. KPGA 선수권대회와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했다. 단박에 메이저급 대회 2승이다. 

코리안 투어 명승부를 꼽으라 하면 경북 칠곡군에서 열린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시 김한별(25)과 박상현(38)이 혈투를 벌였다. 두 선수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장기판처럼 장군과 멍군을 외쳤다. 결국 박상현이 우승했다.

함정우(27)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다. 여자친구(강예린)의 오래된 퍼터와 함께다.

KLPGA 투어에서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송가은(21)이 이민지(호주)를 꺾고 우승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를 상대로 거둔 신인의 쾌거다. 깃대를 향해 쏜 마지막 샷은 이민지의 얼굴도 떨구게 했다.

고진영(26)이 한국으로 돌아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나흘 연속 보기가 없었던 임희정을 눌렀다.

김효주(26)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듯 클래식에서 2승을 거뒀다. 알찬 고국 나들이다.

섬에 강한 유해란(21)이 대부도에서 우승했다. 섬에서만 3승째다. 물론, 섬에서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최종전(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컵을 들었다. 섬에서 육지로 진군하고 있다.

코리안 투어 시즌 최종전(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김비오(31)다. 그는 우승 직후 '세리모니(뒤풀이)'를 하지 않았다. 2년 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도 함께다. 2년간 그는 참 많이 성숙해졌다.

최종전에서 박상현과 김주형은 제네시스 대상, 상금왕 등 레이스를 펼쳤다. 그 결과 19세 김주형이 연말 시상식 3관왕(대상, 상금왕, 평균 타수 등)을 확정했다.

KLPGA 투어 3관왕(대상, 상금왕, 다승왕)은 6승을 거둔 박민지다.

현재 전남 장흥군에서는 LF 헤지스 포인트 왕중왕전이 열리고 있다. 박민지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KLPGA 투어 시상식은 오는 30일로 확정됐다. KPGA 코리안 투어 시상식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