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설비확장 제동 건 中…맹목적 투자 '경고'

2021-11-20 06:00
업계 가이드라인 마련···인산철 배터리 영향 받나
한 달 새 발표한 배터리 생산설비 계획만 18조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배터리 생산공장 모습. [사진=신화통신]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리튬전지 업체들의 맹목적인 투자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당국이 리튬전지산업 관리감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여기엔 배터리 성능 조건도 포함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설비 확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가이드라인 마련···인산철 배터리 영향 받나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18일 리튬이온 배터리산업 관리감독 강화, 구조조정, 기술 발전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 규범조건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고 중국 상하이증권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초안엔 기업들이 리튬전지 생산설비의 맹목적 투자를 예방하기 위해 연간 배터리 실제 생산량이 설비능력의 50%를 넘도록 했다. 또 연간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힘쓰도록 했다. 이 밖에 제품 설계 단계에서 배터리 회수 재활용 방안도 연구하도록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규 투자 생산하는 배터리 성능에 대해서도 기준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밀도 180Wh/kg 이상 △배터리팩 에너지 밀도 120Wh/kg 이상 △수명은 충·방전 기준 1000회 이상 △ 용량유지율 80% 이상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는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인 반면, 중국 기업이 주로 만드는 인산철(LFP) 배터리엔 비교적 까다로운 조건이다. 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낮다는 단점이 있어, 중국 업체들은 그간 기술 개발로 단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왔다.

상하이증권보는 “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셀투팩(CTP)이나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 등을 적용하면 배터리팩 에너지 밀도를 120Wh/kg 이상으로 맞출 수 있지만, 배터리 에너지밀도는 대략 160Wh/kg로, 기준치(180Wh/kg)에 못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인산철 배터리 생산설비 확장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상하이증권보는 평가했다. 

물론 이는 규범 조건으로 강제성은 없고 가이드라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도 공업정보화부가 앞으로 연구·조사기관을 꾸려 각 배터리 공급업체를 심사해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단순한 생산설비 확장보다 기술 개발과 성능 향상에 주력해 인산철 배터리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달 새 발표한 배터리 생산설비 계획만 18조 규모
중국 정부가 업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최근 중국 전기차 호황에 따른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업체들이 배터리 설비에 앞다퉈 투자하는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발표한 신규 생산설비 투자계획 규모만 1000억 위안이 넘는다. 지난 5일에도 세계 최대 배터리 공급업체인 중국 CATL이 2개 신규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총투자액만 150억 위안이다. 같은 날 중국 이웨이 배터리도 305억 위안이 넘는 투자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CATL이 생산설비 투자를 위해 잇달아 거액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선전거래소 측에서 제동을 걸었을 정도다. CATL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배터리 신규 생산설비 계획 투자규모만 1000억 위안이 넘는다.

전기차 호황 속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이란 전망에서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2025년 전 세계 배터리 수요가 1200GWh, 2030년에는 270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137GWh에서 10년 새 20배 가까이 팽창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계에선 "배터리를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데, 공장을 더 짓지 않는 건 미래의 수익을 남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주원료인 리튬 공급 속도가 배터리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배터리 업계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리튬 광산을 거의 '싹쓸이'하며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