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17) 지구촌 경제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리의 대응체계

2021-11-21 11:37

 

[성보경 회장] 


현대사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도구는 대부분 탄소(Carbon)에 의해 만들어져 있고, 탄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소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필수불가결한 원소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물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 생태계는 광합성과 호흡을 통한 탄소의 순환에 의해 유지된다. 탄소는 우리 몸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18.5%)이며, 모든 원소들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원소와의 결합력이 뛰어나서 탄소가 결합한 화합물은 약 1천만 개 정도된다. 인간이 지구촌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을 차지한 것도 생태계에 분포되어 있는 탄소를 불을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는 불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매우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고, 자연에 대한 적응능력 나아가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까지도 높아졌다. 하지만 불을 이용하면서부터 재앙도 잉태되어 오늘날의 탄소는 지구생태계를 교란 또는 파괴하는 독소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대기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많아지게 된 원인은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은 불을 이용하여 만든 도구를 가지고 열악한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고, 먹이사슬의 최상위계층을 차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고, 전쟁에서 필수적인 무기 경쟁력이 강화되었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지구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인구과잉과 인간이 필요로 하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인류세계는 20세기의 실리콘 시대를 지나 21세기의 탄소 중심의 세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때문에 이산화탄소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비도 결국은 탄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체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향도 있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탄소를 저장 또는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기술을 이용한 첨단제품을 만드는 것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생태계 파괴의 주범은 1위가 이산화탄소이고, 2위가 메탄(Methane)이다. 이산화탄소는 불과 에너지를 이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메탄은 화산폭발, 산림파괴, 화석연료의 채굴과 목축업을 비롯한 농업활동 그리고 생활 쓰레기 등의 폐기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불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불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도 발생한다.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스토스(Hephaistus)는 불을 이용하여 신의 세계와 인간에게 필요한 각종의 도구를 만들어 지배자가 되었고, 불을 다루는 기술을 이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테나와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갖게 되었으며, 신의 세계와 인간들에게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주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도와주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번개창), 바다를 지배하는 포세이돈의 삼지창,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하데스의 투명투구, 헤르메스의 황금지팡이, 태양신 헬리오스의 황금마차, 아폴론의 활과 화살,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창, 세상의 모든 남성을 유혹할 수 있는 아프로디테의 케스토스(Cestus, 거들), 젊음과 아름다움을 주는 하르모니아의 목걸이 등과 같은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주었고, 인류를 재앙에 빠트린 여인 판도라도 헤파이스토스가 불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와 같이 신과 인간은 불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를 사용하면서 전투력 및 생존능력이 강해졌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불과 탄소를 이용하는 것은 신들이 지배하던 시대부터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재 지구촌 생태계는 탄소의 선순환 과정을 지나 악순환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시대로 진입하여 이산화탄소가 과잉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CO2) 이외에도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는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과불화탄소(PFCs) 등이 있는데,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6대 주범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탄소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량 증가로 인해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 가뭄, 사막화, 폭염, 대홍수, 거대한 산불과 슈퍼 태풍의 발생, 빙하 소멸에 따른 해수면 상승, 동토지역에 냉동되어 있던 사체의 분해로 인한 대량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발생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군사적인 초강대국임과 동시에 경제규모도 가장 큰 국가들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생산국이자 소비국가이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국가이자 통화량 조절이 가능한 기축통화국이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미국은 소비시장과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중국은 공급자 지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완성품 위주의 무역국가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중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산을 줄이자 전세계의 공급망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 중간재 및 제품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 경제생태계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과 공급망(Supply Chain) 붕괴,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각국의 책임문제와 물류대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전쟁이라는 3각 파도가 전세계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중국은 치밀하고 의도적으로 세계의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으며, 중국이 CO2의 배출을 대가로 세계에 상품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며, 중국이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급을 줄이면 세계의 경제시장이 붕괴된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구촌 경제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과 공급망 붕괴이다. 둘째는 전지구적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 정책이다. 셋째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전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축통화국의 통화량 살포와 제품공급국가의 공급통제에 의한 힘겨루기가 횡포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넷째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 대비하기 위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도 아니고 스태그플레이션도 아닌 “왝플레이션(Whackflation)”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왝플레이션은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벌어지는 강한 물가 변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복잡한 경제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불안정한 상태로 한쪽의 공급 부족이 다른 분야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는 공급 체인이 붕괴되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몇 가지 경제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한국과 같은 완성품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국가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둘째, 세계는 2008년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부터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시장에 살포하면서 세계경제는 기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와 가계는 부채를 축소하여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구촌의 인구과잉문제이다. 인구과잉은 지구촌 먹이사슬을 붕괴시키는 것은 물론 활동성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인구의 과잉증가는 의식주 해결을 위해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구증가정책은 기존 인구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의 완성체 기업들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아웃 소싱 전략에서 핵심 부품 및 생산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하는 국내 생산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전세계 공급망 붕괴와 통화량 살포는 필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해관계 충돌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험난한 길이다. 때문에 탄소를 저장 또는 활용할 수 있는 탄소나노, 탄소섬유, 그래핀 등에 대한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배출 억제,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등 모든 상황이 한국의 독자적인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한국이 선두에서 배기가스 억제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시도는 무리가 따르게 된다. 한국이 앞장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만 지나치게 이산화탄소 배출억제정책을 추진하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며, 인구증가정책 또한 기존인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전략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남신은 건강하고 여신은 아름답지만 헤파이스토스는 못생긴데다 절름발이 장애인이고, 올림포스의 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일(Work)하는 신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신들이 사용한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아내들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때문에 헤파이스토스는 세상에 분노하게 되었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는 분노의 불이 타오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이 분노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해주었고, 인간이 불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부터 생명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를 만들었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도구를 만들었고, 각종의 도구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분노의 불(Fire)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이 되었으며, 불과 도구는 생명계를 파괴하는 무기가 되었고,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지구촌 먹이사슬을 붕괴시키는 주범이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환경재앙은 헤파이스토스의 분노의 결과가 아닐까?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