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선거 앞둔 방역지원금 소동

2021-11-18 17:03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미래도 없다. 법도 없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지급하려고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방역지원금 얘기다. 미래가 없다는 것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이고 집값은 급등해 내집마련 사다리도 붕괴되어 결혼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미래에 짊어져야 할 나랏빚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증가하는데 정치권에서는 관심도 없다는 의미다.

2016년 말에 626.9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0년에 846.9조원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대비 43.9%를 기록해 재정위기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왔던 40%를 넘어섰다. 그리고도 계속 증가해 금년 말에 965.3조원으로 GDP 대비 47.3%를 기록한 후 내년 말에는 1068.3조원으로 드디어 천조원을 돌파하면서 GDP대비 50.2%로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만 441조원이나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의 중기 국가채무전망에서는 2025년에 1408.5조원을 기록해 GDP 대비 5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0년에 국가채무가 2200조원에 달해 GDP대비 79%까지 급증해 이자비용만 3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작성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는 이러한 국가채무 증가속도로 보아 한국이 선진국 중 1위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해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가 지난해 말 2267만원에서 2038년에는 1억502만원으로 늘어나고 2047년에는 2억1046만원, 2052년에는 3억705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니까 금년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만 26세 청년이 되면 나랏빚만 2억원 넘게 짊어지게 되고 만 31세가 되면 나랏빚만 3억원 넘게 짊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 청년층의 16% 정도만 정규직을 가지고 25%정도는 아예 실업자고 나머지는 단기알바로 투잡 스리잡을 뛰면서 내집 마련 사다리도 붕괴되고 있는 청년들에게 가혹하고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여당은 방역지원금으로 이름만 바꾸어 내년 3월 대선 전인 1월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퍼주기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문재인정부가 현금성 복지지출을 확대하면서 2017년에는 20조원이던 적자성국채 발행액이 2019년에는 34조원으로 늘어나고 지난해에는 100.8조원으로 급증한 후 올해도 100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까지 지속되면 3년 연속 적자성 국채만 매년 100조원을 발행하는 것이다. 미래 청년들이 짊어질 부담을 생각하면 이처럼 늘어나는 나랏빚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민주당은 1인당 현금지원금 25만원에 지역상품권 소비쿠폰 등을 합해 최대 50만원까지 전국민에게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현대판 고무신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이렇게 해서 지난 4·15 총선에서 재미를 본 바가 있어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지난 4·15 총선 전에는 10.3조원 규모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약 18조원이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약 10조원을 금년도 초과세수에서 확보하고 나머지는 내년도 예산을 조정해서 마련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재부는 여당의 철학을 따라야 한다는 등 재정당국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이 없다는 것은 이런 과정에서 여러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10조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으로 재산세 종부세 등이 호조를 보일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결국 집 한채 가지고 퇴직한 노장년들의 빈곤화 대가다. 국가재정법은 이처럼 세수가 초과하면 40%는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금년 세수 초과분을 전국민 방역지원금에 사용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이번에는 금년 세수초과분을 유예하여 내년 초에 거두어 내년 초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사용하자는 안이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11-12월에 징수할 사업소득세 주류세 유류세 등을 일정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같은 납부유예는 조삼모사식 꼼수 예산분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꼼수를 부려 선거전 매표행위나 다름없는 전국민 방역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체납자에게 가산세를 물리는 마당에 신청도 없이 납부유예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야당은 정부가 납부유예에 동의할 경우에는 국고손실죄나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도 납부유예는 법에 저촉되므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금까지 항상 처음에는 여당의 무리한 주장에 반대하다 결국은 들어주어 홍두사미라는 별명까지 얻은 홍 부총리가 언제까지 버틸지도 주목된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기재부가 의도적으로 세수를 적게 추계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국정조사를 벌이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금년에 세수가 더 걷혀도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마이너스 6% 가까이 되는 엄청남 적자라서 돈을 더 풀 여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상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마이너스 3%를 넘으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당은 GDP대비 국가채무가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온 40%를 훨씬 넘어 50%에 육박하고 관리재정수지가 마지노선인 마이너스 3%를 두 배나 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신속한 백신 보급이 이루어지고 방역조치도 완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내년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보다는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경제구조 전환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KDI는 아울러 보고서에서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전지출과 같은 재정지출이 소득을 유발하는 승수효과가 낮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재정당국의 예산편성권 침해, 국가재정법 위배 소지, 꼼수예산 등의 무리수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제상황면에서도 많은 무리수가 따르고 있다. 고인플레로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는 금리를 더욱 올려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문제를 유발한다.

오정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