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식 역사 해석, '시진핑 시대'가 읽힌다
2021-11-18 00:00
세번째 역사결의, 習 분량 53%
"톈안먼 사태, 서방 선동 때문"
毛 죄과 덜어주고 鄧에는 인색
"10가지 역사경험 발전시켜야"
시진핑 장기집권 의지 곳곳에
"톈안먼 사태, 서방 선동 때문"
毛 죄과 덜어주고 鄧에는 인색
"10가지 역사경험 발전시켜야"
시진핑 장기집권 의지 곳곳에
"반공산주의·반사회주의 적대 세력의 지지와 선동 때문에 국제적인 큰 정세와 국내의 작은 동향이 1989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엄중한 정치 풍파를 초래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 공산당의 세 번째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 내 '톈안먼 사태' 관련 기술이다.
1989년 6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1980년대 말 공산 진영이 붕괴하는 가운데 서방 세계의 부추김으로 사회 질서가 혼란해졌고, 이를 공산당이 바로잡았다는 해석이다.
이번 역사결의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일으킨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를 긍정하고 찬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8~11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와 그 과정에서 도출된 세 번째 역사결의에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오는 배려하고, 덩은 깎아내려
마오쩌둥 집권기에 대해서는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두 번째 역사결의(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 내용을 대부분 원용했다.
수많은 아사자를 발생시킨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 설립, 10년간 지속된 문화대혁명을 '착오(錯誤)'로 표현했다.
또 "신중국 성립 이래 가장 엄중한 좌절과 손실을 겪었으며 교훈은 극히 비통했다"고 총평했다.
다만 "린뱌오(林彪)와 장칭(江靑) 두 반혁명 집단이 마오쩌둥 동지의 착오를 이용해 나라에 화를 입히고 인민에 해를 끼치는 악행을 했다"며 마오쩌둥의 죄과를 덜어 줬다.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한 덩샤오핑(鄧小平) 집권기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개혁·개방의 부작용으로 배금주의와 향락주의, 극단적 개인주의, 역사 허무주의 등을 거론한 게 눈길을 끈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해 나간다는 이론)과 일정 부분 선을 긋는 태도다.
실제로 전날 나온 결의문에서 덩샤오핑은 6회, 시 주석은 22회 언급돼 대조를 이뤘다.
선부론의 지위는 시 주석의 새로운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가 넘겨받은 모양새다.
시 주석은 내년 가을 열리는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발판 삼아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설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로 심화하는 빈부 및 지역 격차, 심각한 부동산 문제 등 민생을 다잡아야 한다. 이번 역사결의에서도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포함된 이유다.
◆한국전쟁 위대한 승리, 홍콩 통치 확립
이번 역사결의에는 한국도 등장한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술에서다.
결의문은 "중국 인민지원군은 조선 인민 및 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 강적을 물리쳤다"며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둬 국가 안전을 지키고 대국 지위를 과시했다"고 자평했다.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이 전격 남침했다는 한국전쟁 발발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중국이 서방 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홍콩 관련 문제는 시 주석의 업적 중 하나로 치켜세웠다.
"한때 '반중난항(反中亂香·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 활동이 창궐했지만 중앙에 의한 전면적인 통치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확립했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역사 해석이다.
◆역사결의로 보는 향후 習 시대
결의문은 말미에 "지난 100년간 당은 인민을 이끌고 위대한 분투를 진행하면서 귀중한 역사적 경험을 쌓았다"고 적고 10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당의 영도 △인민지상(人民至上·인민이 최우선) △이론 혁신 △독립·자주 △중국 노선 △흉회천하(胸懷天下·세계를 품다) △개척 혁신 △용감한 투쟁 △통일 전선 △자아혁명 등을 견지해 왔다는 것이다.
"새 시대의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며 향후 시 주석 집권기 내내 강조될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당의 핵심인 시 주석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독립·자주와 중국 노선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개방 확대로 국제적 고립을 막고, 경제력을 앞세워 국제 사회 내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복안도 읽힌다.
'통일 전선'을 강조한 건 대만 내 독립 움직임과 미국의 대만 지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