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자립’ 속도… 비밀리에 '화이트리스트' 작성해 해외기업 대체중

2021-11-17 16:27
블룸버그 "中 정부 지원하는 '신촹'은 기술자립 위한 비밀 조직"
인텔·에릭슨·HP 등 해외 공급업체, 중국 기업이 대체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텔·에릭슨·노키아·에이치피(HP)·델(Dell) 등 해외 기술 공급업체를 자국 기업으로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기술자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비밀리에 조직을 꾸리고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사실상 화이트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밀조직 '신촹'에 1800개 기업 등록…외국 기업 배제

블룸버그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지원 하에 설립된 ‘신촹’이라는 조직이 클라우드에서 반도체에 이르는 기술 분야의 자국 기업들을 조사하고 인증해 해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촹의 공식 명칭은 신식기술응용혁신공작위원회이며, 지난 2016년 설립됐다. 신촹은 표면상으로는 중국 전자공업기술표준화협회 산하의 산·관·학협의체지만, 사실상 중국 IT업계 표준을 수립하고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비밀 조직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 신촹의 권한이 최근 들어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식통은 “은행, 정부기관 등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 등 민감한 분야에 기술 제공을 결정하는 권한도 신촹에 부여됐다”고 했다.

현재 이 신촹에 등록된 기업만 모두 1800곳에 달한다. 대부분 PC, 반도체, 네트워킹 서비스,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업체들로, 올 들어서만 수백 곳에 달하는 기업이 승인됐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빠른 속도다.

신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공개된 게 없지만, 외자 비율 25% 이상인 기업은 명단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외국계 기업의 중국 정부 조달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에 본토에서 운영할 합작투자사 설립을 강요한 바 있다.

◆"中 랑차오가 인텔 대체할 것"

구체적으로 신촹에 등록된 기업에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체인 알리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보안 업체 치안신테크놀로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이 포함된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계열 경제지 경제참고보가 지난 9월 이들을 포함한 중국 상위 40위 신촹 기업 목록을 열거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이외 지난해 7월 상하이 소재 클라우드 업체 네티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촹에 등록된 업체는 모두 1160개”라며 “이 중에는 중국 CPU 제조업체 룽신중커(龍芯中科·영문명 룽손)와 서버 제조업체 랑차오(浪潮信息·인스퍼), 보안정보 시스템 개발 업체 웨이스퉁(衛士通·위스톤)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 화웨이가 에릭슨과 노키아를 대체할 중국 기술 공급 업체가 될 것이며, 인텔과 HP, 델은 랑차오가 대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AMD는 룽신중커가, AWS와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각각 알리바바와 치안신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촹 화이트리스트, 미중 긴장 고조시킬 수도

신촹의 설립 목적으로는 IT 업계의 해외 기술 배제와 자국 기술 육성이 꼽힌다. 중국 전문 리서치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최근 자국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기술 공급 업체를 대체하는 건 데이터 보안 등 기술 산업을 통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화이트리스트’ 작성을 부추긴 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중국기업이 자국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약한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정책이 중국이 신촹을 만들게끔 압박한 직접적인 배경”이라며 “블랙리스트는 중국이 기술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고, 자국 기술 육성에 힘을 쏟게 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신촹 화이트리스트의 존재가 향후 미국과 중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