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땅 밟은 이재용, 숨은 목표는 ‘파운드리 새 고객 유치’

2021-11-15 19:24
AMD·퀄컴 등 반도체 팹리스 경영진 만나 협력 관계 구축 주목
지난 달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양산' 공언...TSMC 제칠 기회
모더나사와 백신 등 바이오사업 협력 주목…6G 경쟁력 확보도

13개월 만의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북미 땅을 밟았다.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으로 입국,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센터를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미국 보스턴, 뉴욕을 잇달아 방문 미국 동부지역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계획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태운 전세기는 전날 김포공항을 출국해 이날 캐나타 토론토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 부회장은 토론토에 설립한 삼성 글로벌 AI 센터에서 스벤 디킨슨 토론토 AI 센터 센터장, 앨런 젭슨 토론토 AI 센터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 등으로부터 연구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미국 뉴저지 티터버러 공항에 착륙, 20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총괄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 미국 법인 상황을 점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미국 보스턴, 뉴욕을 잇달아 찾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 중 최대 관심사는 앞서 투자를 공언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확정 여부다. 하지만 재계의 눈은 이 부회장이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할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초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앞서 내년 상반기 중으로 3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파운드리 미세공정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 3나노 양산에 도입하고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에 나선다는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업계의 눈은 자연스럽게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첫 번째 글로벌 고객이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세계 4대 팹리스 중 한 곳인 미국 AMD와 퀄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AMD와 퀄컴은 지나치게 애플에 호의적인 TSMC에 불만이 큰 상태다.

이미 AMD는 삼성전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200(가칭)에 AMD의 GPU를 장착하기로 했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이미 스마트폰에 AP를 공급하고 있고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최신 AP 스냅드래곤 898(가칭)도 삼성 갤럭시S22(가칭)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0나노 공정 이후 TSMC를 쫓아가기 바빴던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을 계기로 파운드리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TSMC-애플에 맞서는 새로운 파운드리-팹리스 연대체가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이 이번 북미 출장을 통해 삼성바이로직스가 백신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모더나사와 추가적인 바이오부문 협력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직후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 등 경영진과 화상회의를 가졌고 이후 한국의 모더나 백신 수급이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법인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 시연에 착수해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 이 부회장의 방미 일정에 맞춘 듯한 모양새다. SRA는 지난 11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FCC에 6G 실험을 위한 전파 사용 승인 허가를 신청했고, FCC는 이를 즉각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4대 신성장동력으로 AI·5G·바이오·전장 사업을 꼽은 바 있다. 이번 북미 출장에서 AI 센터 방문에 이어 5G를 능가할 6G 통신기술 실증 등을 직접 점검, 향후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포석을 깐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6G 시연은 이 부회장의 출장 등과는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