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인플레 압력… 이미 아픈 경기민감주 앞날이 더 '캄캄'

2021-11-15 15:49
철강·화학·건설 등 모조리 5% 이상 떨어져
美 31년 만에 中 25년 만에 최고 인플레 악재
"일부 우려 반영… 향후 물가 전망이 관건"



국내 증시 박스권 흐름 속에서 상승 추세 전환을 막고 있는 요인인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갈수록 커지며 경기민감주의 반등 모멘텀을 제한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업종 중 섬유·의복과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경기민감 업종의 낙폭이 경기방어 업종보다 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철강·금속의 경우 7.26% 떨어지며 의료정밀(-7.7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철강·금속과 함께 경기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화학 역시 6.67% 하락하며 하락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 역시 이달 중 5.78% 하락세를 기록 중이고 종이·목재 지수 역시 5.17% 떨어졌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로 더 짙어지며 경기민감주 반등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오르며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8.6% 상승해 2010년 11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 물가 지표 역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3.5% 상승했는데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은 원자재 가격 레벨과 이를 반영하는 G2(미국·중국) 중심의 높은 물가 지표에 경기민감주들의 추가적인 감익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운송과 보험, 철강, 에너지 등 경기민감 산업들의 주가 회복 속도가 더딘데 그만큼 경기회복 사이클에 대한 자신감이 약하다는 방증"이라며 "미디어와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등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견고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지난 12일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상승 마감한 데다 코스피도 외국인의 순매수 움직임에 오름세로 거래를 마치면서 경기민감 업종 종목들도 대부분 올랐지만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총재들의 연설이 이번 주에 예정된 데다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공급난과 인플레이션,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관련 주가 충격을 상당 부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과 시장 참여자 모두 후행적으로 판단하고 가격에 반영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급난 해소 진행 과정 및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대한 변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만큼 주식시장 등에서 이미 일부 선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통화정책과 기업 이익에 반영돼야 하는데 현재의 주가나 금리 모두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물가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낮아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기까지 인플레이션 또는 주식시장에 대한 의미 있는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전개될 주요국 정책 대응과 성과에 따라 연말 및 연초 물가 정점 기대감이 형성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투자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