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민 "반신반의했던 '좋좋소', 인생작 됐다"
2021-11-15 00:00
한 시청자가 남긴 웹 드라마 '좋좋소' 시청 후기다. 29세 사회초년생 조충범의 중소기업 적응기를 담은 웹드라마 '좋좋소'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담아내며 직장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신입사원의 연봉을 임의로 깎고, 사무용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내려받아 이용하는 등 척박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담아내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직장인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그중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좋좋소'의 악당(빌런) '백진상'이었다. 백진상은 중소기업 정승 네트워크의 차장으로 회사 내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인물. 9회차에 등장한 백진상은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직장 내 '빌런(악당)'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고 시청자들의 분노를 끌어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이 악당에게 매료되어버렸다. '빌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의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거였다. 드라마의 흐름, 퀄리티를 높이는 데는 배우 김경민의 공이 컸다. 연극 무대로 데뷔, 20년째 연기자로 활약 중인 그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주경제는 '좋좋소' 백진상 역의 김경민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좋좋소' 백진상과 배우 김경민의 다양한 이야기를 묻고, 들을 수 있었다.
'좋좋소' 출연 이후 소속사가 생겼다
- 최근 컴퍼니합과 계약하게 됐다. 전에는 섭외, 스케줄 관리, 촬영 장소 이동 등 모두 혼자 해내야 했는데 이제 든든한 동행자가 생겨서 기쁘다.
'좋좋소' 9화부터 합류했다. 합류 과정은 어땠나?
반신반의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 출연진도 배우가 아니고, (유튜버 빠니보틀) 감독도 처음으로 연출해본다고 하니…. '괜찮은 걸까?' 싶었던 거였다.
9화부터 투입되었는데, 중간 투입이라 고민도 많았겠다
- 출연진과 리딩만 맞춰 본 상태에서 바로 투입된 거라 걱정이 많았다. 촬영하는 과정을 미리 본 상태가 아니어서였다. 첫 촬영을 하는데, 감독님께서 '대사를 너무 또박또박할 필요 없고, 대사 순서를 기다려 줄 필요도 없다'라고 하시더라. 솔직히 막막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이래도 되나?' 싶어서였다. 첫 신을 찍고 4시간 반 정도 길거리를 헤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런 혼란을 어떻게 해결했나?
- 이 과장이 술 한잔하자고 하더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냥 힘 쫙 빼고 하시라'는 말이었다. '알았어, 내가 잘할게'라고 말했었다(웃음). 이 과장 말고는 직장 생활 경험이 없다 보니까, 그 친구에게 많은 조언을 얻기도 했고 고민도 함께 나누면서 촬영했다.
백진상 역할을 두고 어떻게 캐릭터 빌드업해나갔나
- 평소에도 캐릭터 빌드업에 고민하는 건 아니다. 대사와 상황에 맞게 엮어나가곤 한다. 대본을 읽고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말투, 행동을 인식하면서 연기하는 편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지 고민하는 편이다.
백진상 연기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 항상 투덜거리고, 빈정거리는 모습이다. 웃더라도 가식적으로 웃는 거지(웃음). 염세적이라서 밝은 모습보다는 삐딱한 태도를 취하는 게 백진상이다. 솔직히 저도 백진상을 보면서 '쟤 왜 저래' 싶을 때도 많다.
연극이나 영화처럼 완성된 대본이 아니라, 매회 대본을 받고 연기해야 하는데.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가나?
- 고민하는 부분이다. 특이 정승네트워크에서 퇴사하고, 백인터내셔널을 만든 뒤에는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들더라. 차장이 아닌 사장이 되며, '이건 백진상이 아닌데?' 싶을 때도 있었다. 아쉬운 소리도 하고, 비위도 맞추는 게 백진상 같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이질감도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백진상이 이해가 가더라. 사장이 되면 그런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 비굴하게 비위도 맞춰야 할 때가 오는 거였다. '이렇게 사장이 되는 거지 뭐' 하고 백진상을 토닥거렸다.
'좋좋소' 시청자들은 김경민의 연기 디테일에 엄청난 칭찬을 쏟아내던데. 이 '디테일'은 어디에서 오나?
- 저는 대본을 받으면 무조건 대사부터 외운다. 대사를 완벽하게 인지해야 그 외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어서다. 툭 치기만 해도 대사를 줄줄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 외운다. 그래야 손짓 하나, 눈짓 하나라도 자연스러워지더라. '디테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백진상 역할을 두고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 저는 사람을 하대하거나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가만히 백진상을 보니 군대에서 많이 보았던 인물 같더라. 저도 군대에서는 밉상이었던 후배에게 저런 못된 말들도 하고 장난스레 껄렁껄렁할 때도 있었던 거 같다. 내면에 있는 내 모습을 최대한 꺼내 보려고 했다.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면 부자연스러워지니 최대한 내부에서 찾아보는 거다.
백진상은 '좋좋소'의 빌런이지만,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할이기도 하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 백진상으로 욕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다(웃음). 제가 본 댓글 중 인상 깊었던 말이 '백차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트콤 같았는데, 백차장이 나오고 나니 드라마가 되네'라는 거였다.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또 어디에선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인물이니까. 그런 점들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킨 거 아닐까.
연기 경력만 20년이다. 김경민에게 '연기 원동력'을 끌어내는 건 무엇인가?
- 가족들의 서포트다. 부모님,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연기할 수 없었을 거다. 저는 어릴 때부터 '연기하겠다'라고 했을 때, 반대하는 분들이 없었다. 좋아해 주셨고 많이 도와주셨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어릴 때부터 그저 막연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막연한 마음이어서 어떤 준비 없이 덜컥 연극영화과를 시험 봤고 잘 안 됐다. '연기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고, 제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기만 했다(웃음). 그래도 당시 어울렸던 친구들이 제 재산으로 남았다. 이후 어린이 극단에 몸담으며 아동극을 했고 드라마, 영화 쪽으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연극,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 시트콤이다. 코미디 연기는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센스나 기술이 없다면, 코미디 연기를 차지게 해낼 수 없는 거다. 제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르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코미디 호흡을 맞추는 즐거움도 느껴보고 싶다.
올해는 어떻게 마무리할 예정인가?
- 11월까지 '좋좋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금 시즌4~5를 찍고 있는데, 앞으로 더 찍을지 끝낼지 명확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새 시즌을 함께 한다고 하면, 동참할 마음이 있나?
- 물론이다. '좋졸소' 덕분에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제작진, 배우들 모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특히 '좋좋소' 출연을 제안해준 카메라 감독에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좋좋소' 시청자와 팬들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 사장이 된 백진상을 보며, '왜 저래' 싶을 때도 많지만 열정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으니 욕 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요즘 댓글 보는 재미에 빠져있으니, 좋은 댓글도 남겨주시면서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