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BJ에게 돈주는 게임사들..."불공정 경쟁 아닌가요"

2021-11-11 15:58
게임 이용자들, BJ 이용한 광고에 "불공정한 경쟁..." 불만
BJ 홍보 효과 맛본 게임사 "광고비로만 지불, 과금은 선택"
전문가 "이런 경쟁은 업계가 자멸...매출 조작 문제도 있어"

최근 각 게임사가 인터넷 방송 BJ(Broadcasting Jockey)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BJ도 하나의 유저로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비난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기 BJ 영향력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도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게임 이용자들, BJ 이용한 광고에 '불공정' 불만

모바일 게임 리니지w 관련 인터넷 방송 화면. [사진=유튜브 캡처]

11일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리니지W 서비스 9일 차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W는 출시 후 안드로이드와 애플 마켓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게임 홍보를 위해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CF나 자체 영상, 포털 사이트 배너 광고 등을 이용하고 인터넷 방송을 통한 마케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블래이드&소울2’ 출시부터 BJ들을 홍보 전면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리니지W 마케팅에서도 인터넷 방송을 공략했다. 한 BJ A씨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 ‘리니지W 엔씨에서 연락이 왔다’라는 영상을 통해 “엔씨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대만에서도 유튜버에게 프로모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로부터 광고비를 받았다는 또 다른 BJ B씨는 “대기업에게 돈을 받고 게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도 감사하다”라면서도 “앞으로 유저들의 대변인이 돼 무차별한 과금 상품들이 나오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보겠다”라고 전했다.

게임 개발사가 BJ를 이용해 홍보하는 것을 두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오는 중이다. BJ가 단순히 광고 모델이 아니라 게임사 지원을 받고 시연하는 것은 게임사가 이용자간 경쟁에 개입한 불공정 행위라는 지적이다.

한 온라인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는 BJ를 이용한 홍보 방식에 대해 “게임 내 재화를 지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 “돈으로 스펙을 사는 게임인데 돈을 주는 것은 안된다”, “게임사와 내돈내산(본인 돈으로 산 물품)으로 싸우기가 힘든 게임 구조다” 등 비난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인 박모씨(29)는 “이런 경우는 형평성이 없어서 게임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과거 확률 조작 논란이랑 차이가 없다. 잘못된 홍보 방식이고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다”며 불만을 표했다.

게임 관련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업데이트를 소개하는 수준의 프로모션은 일반적인 이용자도 문제 삼지 않는다. 게임 출시와 동시에 거액의 프로모션을 받은 사람들이 앞서나가는데, 업체로부터 받은 비용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쓰이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업체가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비판했다.
 
게임사 "광고비로만 지불...과금은 선택", 전문가 "범법행위"
게임 업계는 BJ를 이용한 홍보 방식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리니지, 오딘 등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형식의 게임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 출시나 대형 업데이트 이후 새로운 유저 유입 효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각 게임사는 BJ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흥행과 연결되는 모양새를 보이며 성공 효과를 거두고 있다.

리니지W는 출시 초반 유명 BJ가 참여한 일부 서버에 대기열이 수만명에 달하며 인기를 얻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도하기 시작했다"라면서도 관련 논란에 대해 "간접광고 같은 형식으로 광고비를 지급한다. 페이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게임 전체 매출에 비하면 BJ들이 쓰는 돈은 미미한 수준이다. (광고 협업을 하는) BJ 비율도 전체 서버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는 모바일 게임 ' V4' 기념행사에 BJ들을 초청해 신규 시스템을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넷게임즈는 V4 내 대형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BJ들을 이용해 리뷰, 시연 등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6월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모바일 게임 '오딘' 역시 마케팅에 BJ를 활용했다. 카카오게임즈가 밝힌 올해 3분기 오딘 누적 매출액은 4000억원을 돌파했다. 마케팅비는 전년동기 대비 153.3% 늘어난 364억원이다. 이 중 일부가 BJ에게 광고비로 이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P2W 구조에서 BJ를 이용해 게임에 개입하는 행위는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P2W란 'Pay to Win'의 약자로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혜택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유도하는 게임 구조를 의미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사에게 돈을 지원받은 BJ가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나오는 것은 불공정 문제가 맞다. 이런 경쟁은 업계가 자멸하는 것이고 회계상 매출 조작으로 조사할 만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BJ들이 통장까지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프로모션으로 받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매출이 부풀려져 1위를 차지하면 이벤트 효과가 나타난다. 이건 광고로 볼 수 없는 범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