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시가격 1억 이하 아파트 싹쓸이 매수 조사

2021-11-10 14:27
법인·외지인 저가아파트 매수에 대한 실거래 기획조사 실시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싹쓸이 매수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다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원정쇼핑하는 사람이 늘면서 법인 한 곳이 1978가구를 매입하는 사례까지 등장하자, 정부가 칼을 빼든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이하 저가아파트)를 집중매수하는 사례를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검토해 이상거래를 선별해 실시한다.

조사 대상지역은 전국으로, 2022년 1월까지(3개월 간, 필요 시 연장)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의 집중적인 실거래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근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법인·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저가아파트 거래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저가아파트의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 건으로, 이 중 법인 6700여개가 2만1000건(8.7%)을, 외지인 5만9000여명이 8만건(32.7%)을 매수했다. 법인 1개당 평균 3.2건 매수, 외지인 1인당 평균 1.3건 매수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급격히 증가한 법인의 매수비율을 두고 이러한 매수가 시세 차익을 위한 투기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가아파트 거래량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를 보면 올해 4월만해도 5% 수준이었지만 9월 17%로 늘어나는 등 증가폭이 크다.

지금껏 저가 주택은 입지가 떨어지거나 노후화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었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몰린 데는 취득세 중과 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높이기로 했지만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은 중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세율도 1%로 유지했다. 투자 수요가 이러한 예외 조항의 허점을 파고들어 취득세 폭탄도 피하고 투자수익도 얻기 위해 저가 주택을 집중 사들였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저가아파트를 여러차례 매수했다고 해 바로 투기수요로 판단하거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법인의 대량매수 사례 중에는 사원아파트를 일괄매매한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집행위로 인한 거래가격 상승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한 면밀한 분석․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이번 조사 결과, 거래 과정에서 업·다운계약, 편법증여, 명의신탁 등 관련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경찰청·국세청·금융위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상거래에 대한 집중조사와는 별도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법인의 저가아파트 매수 행태에 대한 심층적인 실태조사도 병행한다. 매수가 집중되는 지역·물건의 특징, 매수자금 조달방법, 거래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법인의 저가아파트 매수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보완사항을 발굴하는 등 제도 개선에 활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