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과 동시 특검' 요구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라"

2021-11-10 14:50
권순일 대법관 관련 질문엔 "이런 건 공격에 해당"
전 국민 재난지원금, '매표행위' 논란엔 "국민모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특별검사제(특검) 수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의혹을 세트로 특검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는 드러난 게 많지 않으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저에 대해서는 직접 얘기해봐라.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충분히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점 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없지 않느냐. 있다면 지금 엄청나게 질문이 쏟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문제가 많다. 그 점을 수개월 걸려 특검 만들어서 수사하자고 시간 끌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0대 10인데 왜 이걸 1대1로 만들려고 하느냐. 우리는 한 골도 안 먹었다"며 "잘못한 게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저쪽은 현재 수사 중이고 입건된 것만 여덟 건"이라며 "그 외에도 여러 건이 있는데 섞어서 세트로 하면 누가 이기겠느냐"고 거듭 되물었다.

이 후보는 또 최측근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대장동 특혜 의혹에 연루됐음에도 계속해 기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에는 "의심된다는 이유로 캠프에서 배제하면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 부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최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통화한 상대로 알려져 논란을 샀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아주 오래된 아는 사이니까 통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자체에 대해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내용에 문제가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사실 맞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 중이니까 내용이 밝혀질 것"이라며 "부패·일탈한 사람과 통화 한 번 했다고, 그 사람과 아는 사이라고 배제하면 누가 남아나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또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지낸 것과 관련해 자신과 모종의 연관이 확인된다면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런 건 질문이라기보다 공격에 해당될 수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과는 정말 일면식도 없다"며 "13명의 대법관이 계시는데 그중 한 분을 뭐 한다고 해서 (재판거래가) 될 일도 아니고 대법관이 누가 부탁한다고 자신의 양심과 법률적 판단을 바꿀 것이라고 상상하는 자체가 너무 황당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쉽게 말하면 제가 2015년에 대장동 사업을 결정했는데 경기도지사를 생각도 하지 않을 때"라며 "경기지사로 나가서 고발당하고 부당한 기소를 당하고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에 가서 대법관에 로비할 상황이 있으니 그때 이들과 뭘 한다는 상상이 가능한지 스스로 이성에 물어보면 어떨까 한다"고 반응했다.

또 변호사비 대납 논란과 관련해 "제가 10년 전까지 변호사를 하면서 형사사건에 통상적으로 330만원을 받았다. 많이 받으면 500만원이고 정말 복잡한 무죄 사건은 700만원이 최대치였다"며 "제가 선임한 변호사는 수사단계까지 10명이다. 심급별로 8000만∼9000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적은 금액이냐"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거듭 "2억5000만원이면 집 한 채 값인데 그게 왜 적다고 생각하느냐"며 "어떤 세상을 사셨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비를 억 단위로 받는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전관예우가 일상적으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무료 변론 논란에 대해서도 "소위 인권변호사들의 활동 양식에 대한 이해가 적어 생긴 오해"라며 "송두환 위원장 등 3명의 전직 민변 회장은 변론하지 않고 이름만 올려줬다"고 설명했다.

또 "이걸 이익이라고 보면 140명이 참여한 노무현 대통령 변호사 시절 변호인단은 도대체 얼마(의 이익)를 준 거냐"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여러 차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자 일부 패널은 "질문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것이니 질문과 패널을 평가하지 말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이 후보는 '매표 행위', '금권선거' 논란을 부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이 돈 10만~20만원 주면 돈 준 쪽 손 보고 많이 몰려가서 찍으리라는 것은 국민 모독에 가깝다"고 힐난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고무신 사주고 막걸리 한 잔 사주면 사람 가리지 않고 찍던 시대가 아니다"라며 "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내 미래를 위해 어떤 게 바람직한지 집단지성체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를 예정된 시각보다 45분가량 추가로 진행한 뒤 토론장을 퇴장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온라인에 김혜경 여사 관련 허위 사실이 떠도는데 관련 입장을 밝혀달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대로 된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히라고 했는데 관련 입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