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양이를 기르는 집에서는 쥐가 함부로 다니지 못한다”
2021-11-10 00:00
2018년 1월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던 경남 밀양세종병원은 전형적인 사무장병원이었다. 당시 수술실과 물리치료실을 없애고 병상을 늘려 ‘과밀 병상’인 상태로 운영했다. 또 병원 행정이사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시신을 유치하기 위해 입원환자의 인공호흡기 산소투입량까지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코호트 격리조치가 내려지고 다수의 사망자와 확진자가 발생했던 경북 청도대남병원도 사무장병원 혐의로 경찰 조사 중에 있다고 한다.
사무장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 주체인 의료인이나 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을 뜻한다. 약사의 면허를 빌려 비(非)약사가 개설한 면허 대여약국도 이와 유사한 형태이다. 이들은 환자의 생명이나 안전은 뒷전이며 영리 추구에 목적이 있다. 불필요한 검사, 투약 등 과잉 진료를 일삼고, 적정 인력을 갖추지 않거나 과밀 병상 운영 등 질 낮은 의료서비스로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또한 보험사기 등 위법행위를 일삼아 보험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이것은 국민의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11년간 의사 또는 약사의 명의나 자격증을 대여 받아 의료기관, 약국을 불법으로 개설해 운영하다 적발된 건수는 1632건, 부당금액이 3조5159억원에 달한다. 정부, 지자체와 건보공단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개설기관은 점차 지능화, 음성화되어 적발 자체도 어렵다.
게다가 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자금추적이 불가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고, 행정 조사를 통해 불법 개설기관으로 확인돼 수사 기관에 수사의뢰를 해도 보건전문 인력이 없거나 사회적 이슈 사건에 밀려 수사 기간은 평균 11개월이 걸리며, 길게는 3년 4개월이나 소요된다. 수사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진료비 지급 차단이 늦어지고 수사기간 중 재산은닉 또는 도피하여 실제 환수율은 2020년까지 5.32%에 불과하다. 그만큼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로 조성된 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료용 마약류 관리 수사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사무장병원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법안은 정춘숙·서영석·김종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암행어사를 파견하여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국가 제도의 기틀을 다졌듯이 각종 위법행위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사무장병원 단속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이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