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부스터샷, 정부는 맞으라고 하는데... 쉬라는 회사는 없네

2021-11-08 16:46
방역 당국, 부스터샷 본격 실시...얀센 접종자·고위험군 등 대상
부스터샷 이상 반응 우려돼도 쉬지 못해... 형평성 문제 해결해야
백신 맞고 유급 휴가는 정부 '권고' 사항... 노동계는 '차별' 호소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했다. 추가 접종자도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로 접종 후 휴식이 권고되지만, 일부 대상자들은 쉴 수 없는 노동 환경을 두고 걱정을 표하는 중이다.
 
방역 당국, 부스터샷 본격 실시...대상자 "또 못 쉬어요"

지난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부터 얀센 백신 접종자 총 148만명에 대해 추가 접종을 실시한다.

대상자는 1회 접종 권고인 얀센 백신 기본 접종을 받은 지 2개월 이상 된 사람이다. 이들은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을 접종받는다.

얀센 백신 접종자 대부분은 30세 이상 남성이다. 방역 당국이 지난 6월부터 30세 이상 예비군,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추진단은 지난달부터 고위험군과 우선 접종 직업군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추진단은 “돌파 감염을 예방하고,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하여 기본 접종 완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추가 접종 대상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일정에 맞추어 사전예약과 추가 접종을 받아주시길 요청한다”고 전했다.

추가 접종자도 이상 반응에 대비해 접종 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추진단은 “최소 3일간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고열이 있거나 평소와 다른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추가 접종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부스터샷 이상 반응이 우려되지만 쉴 수 없다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리꾼은 “부스터샷을 맞을지 고민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때도 백신 휴가 없이 나와서 일했었다. 부스터샷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시간이 없어서 맞자마자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추가 접종 후 백신 휴가가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2개월도 되지 않아 재차 개인 부담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얀센을 맞은 후 부스터샷까지 맞았는데 팔이 아프다. 가게를 열었지만 그냥 쉴 걸 그랬나 싶었다. 결국 문을 일찍 닫았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백신 맞고 유급 휴가는 '권고' 사항...노동계는 '차별' 호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유급 휴가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가 발간한 ‘코로나19(COVID-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는 “사업주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접종 당일에는 접종에 필요한 시간,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나 신청하는 경우에는 접종 다음 날에 최대한 휴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병가 제도가 있는 사업장은 병가를 적극 활용하고, 최대한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백신 접종 후 휴식을 취하는 연차(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신속히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하루빨리 국민들의 경제생활은 물론,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백신 휴가를 두고 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대형조선소 원청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면 유급 백신 휴가를 하루 이상 받아야 쉴 수 있다”라며 “하청업체 노동자 상당수는 일당제여서 쉬는 날은 임금을 받지 못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참고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추가 접종뿐만 아니라 본 접종에서도 있었던 문제다. 노동자가 하루 쉬는 만큼 비용을 주는 것도 해결책이다. ‘권고’ 수준은 실효성이 없어서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백신 휴가에서 차별을 당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부스터샷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CNN에 따르면 얀센 백신을 맞은 군인 62만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 효과가 올해 3월 88%에서 8월 3%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모더나는 92%에서 64%, 화이자는 91%에서 50%로 떨어졌다.

또한 최근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의 돌파감염 위험성도 있다. 지난달 3일 기준 돌파감염자 발생률은 얀센 백신 접종자가 0.216%로 화이자(0.043%)·아스트라제네카(0.068%)·모더나(0.005%) 백신 접종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민 절반 이상도 추가 접종을 받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에게 ‘백신 추가 접종 의향’에 대해 물은 결과 55.6%가 “접종 의향이 있거나 이미 접종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무선(90%)·유선(1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미국의 경우 백신 의무화를 확대하는 대신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직업안전보건청, 요양원, 병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 1월 4일까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유급 휴가를 보장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 직원, 군인, 연방정부와 계약해 거래하는 하청업체 직원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바 있다.

다만,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백신 접종 자체가 권고라 유급 휴가도 권고가 되는 것이다. 백신 정책은 사회적으로 정확히 합의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나라들은 백신만으로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데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아주경제DB]